개강이 늦어지다 보니 아직도 겨울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몰라보게 따뜻해진 날씨에 겉옷을 챙겨 입으며 흠칫 놀라기도 합니다. 3월도 이미 반절이 지나갔습니다.

신문을 만드느라 겨울학기 동안에도 학교에 남아있었습니다. 신뢰관과 교양분관, 매점만을 왔다 갔다 하는 단조로운 삶입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신문 마감을 마무리하려고 신뢰관에서 교양분관으로 터덜터덜 걸어왔습니다.

오늘따라 따뜻해진 날씨에 홀린 듯, 기숙사에서 걸어오는 길에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앙상했던 배경에 불과했던 겨울의 캠퍼스에 색이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꼬마 덤불과 회양목들엔 연두색의 어린잎이 살짝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나무에는 이름을 모르는 꽃이 이미 반쯤 피어나는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아 이 광경에 사로잡혀 멍하니 서 있어도 딱히 부끄럽지 않아서, 색이 돌아오고 있는 캠퍼스의 향기를 제가 원하는 만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뒤돌아 다시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벚꽃이 만개할 봄을, 녹음으로 가득해질 여름을 떠올렸습니다. 미약했던 불씨가 따뜻해지는 날씨를 만나 활기를 띠고, 우리 마음에 불을 지피기도 하겠죠. 하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풍경도 결국 타자가 보고 느껴야 풍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각 개체의 생존을 위한 발버둥으로 남겨질 뿐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화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이 바삐 일하고 있습니다.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사들, 간호사들은 물론이고, 가까이서 보면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교수님들, 직원분들, 그리고 우리 기자님들도 모두 급박한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일들을 하고 있지만, 결국 목적은 사람을 위해서, 좁게 보자면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일하는 사람들에게 봄이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생들은 이들에게 관심을 두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은 발버둥 치지만, 그냥 뒷배경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일하는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을, 잎과 꽃을 깨어 나오려는 분주한 시도에 사람들의 따뜻한 눈길이 닿길 바랍니다. 수많은 따뜻한 눈길이 모여 우리 모두의 봄을, 그리고 여름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비로소 만개하고, 화려한 불꽃이 되어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계절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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