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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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찾기
  • 장진한 학우 (기술경영학부 16)
  • 승인 2020.02.25 2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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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는 ‘범인 찾기’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5대5 팀 게임의 승패가 결정된 후,패배 팀에 속한 5명의 팀원 중 패배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1명의 플레이어는 ‘범인’으로 지목되어 패배의 원흉이 됩니다. 모두의 잘못으로 패배했다 하더라도 가장 결정적인 잘못을 한 1명은 어떻게든 도출되어 같은 팀의 팀원들에게 흔히 말하는 정치를 당하게 되죠. 친구들이 모여 재미로 하는 게임에서부터 프로게이머들의 게임에 이르기까지 예외는 없습니다. 특히 프로들의 게임에선 대중들에 의해 ‘범인’이 지목되기도 하며 이 경우, 당연히 단순히 팀원들에게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은 비난을 받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범인 찾기’ 문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명의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할뿐더러 범인을 찾는 행위는 그 팀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범인을 찾는 행위는 패배의 원인을 그 한 명으로 단순화시킴으로써 이를 분석하고 피드백하여 팀을 더욱 발전시킬 기회를 앗아가며 팀워크를 와해시킵니다.

최근 우리나라는 코로나 19에 대한 얘기로 뒤덮여 있습니다. 확진자가 하루걸러 두 배씩 늘어나고 있으며 온종일 언론은 이와 관련된 소식을 앞다투어 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잠깐이라도 다녀간 장소는 며칠 동안 폐쇄되어 강력한 방역 작업을 거치고, 모든 국민이 불안에 떨며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여론에 의한 ‘범인 찾기’가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당장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에서는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 대구 코로나 등 지명이 붙은 명칭에 대한 논쟁이 며칠 동안 뜨거웠습니다. 또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이 70만의 동의를 받은 채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신천지 강제 해산 청원은 하루 만에 20만이 넘는 동의를 얻었습니다. 국민들이 이번 코로나 19 사태의 ‘범인’이 누구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상술했듯, 범인을 찾는 행위는 사건의 원인을 단순화시켜 올바르게 사건을 바라보지 못하게 합니다. 대부분의 사건은 단순히 무엇 때문이라고 정의하기 힘듭니다. 다양한 배경과 원인이 복합적으로 엮인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중국, 신천지, 정부의 무능과 같은 ‘범인’을 지목하는 데에 열을 올릴 뿐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이번 사태는 오직 그 ‘범인’들에 의해 벌어졌으며 그들을 비난하고 추방함으로써 안정을 얻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건의 다양한 면을 분석, 반성 및 피드백하고자 하는 시도를 막으며 그 ‘범인’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와 비난만을 남길 뿐입니다.

이 사건의 ‘범인’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분명 중국에서 유래했으며 이들의 초동 대처는 미흡했고 사건을 축소하고자 했다는 의혹까지 존재합니다. 신천지는 비정상적인 종교 활동으로 알려진 사이비 단체이며 이번 확진자 폭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분명히 이 사실들은 짚고 넘어가야 하며 모든 사람이 확실히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온전히 이들을 범인으로 몰아가고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건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천지로 인해 이번 사태가 크게 악화되었으므로 신천지를 강제 해산 시켜야 한다는 건 분명히 논리가 부족합니다.

더욱이 지금 이 사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우리가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범인 찾기’가 아닙니다. 이 사태를 악화시킨 주요 확진자의 신상 정보를 유포하고, ‘범인’들을 색출하고 이들을 마녀사냥 하는 것은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이런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또 다른 혐오와 증오를 불러올 뿐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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