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정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이번 카이스트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총 열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전반적으로 소설의 문체나 구성 등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많아 읽는 재미가 컸다. 응모작 가운데에는 이 시대 이십 대 청년이 겪게 되는 사랑, 외로움, 꿈, 열패감, 불안 등이 담긴 소설이 많았다. 특히, 카이스트 학생으로서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자신의 꿈과 사랑을 돌아보는 작품에선 진지한 자기 성찰이나 인간애에 대한 갈구가 느껴졌다. 소설을 읽고 자기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열망을 지닌 학생들은 이 세상에 참 많다. 그러나 결국 소설을 썼다는 것은 매우 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 일은,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를 밖에 내놓을 만큼 오랜 시간 들여다보았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응모작 가운데 최인한의 「좀비는 하늘을 보며 걷는다」라는 소설은 인간과 좀비 사이, 인간과 인간 사이가 사실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적어도 이 소설에서 무엇 됨의 의미는 인간과 좀비가 아닌, 먹구름 너머의 별을 볼 수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구분에서 발견된다. 먹구름과 빛 공해에 가려 별의 존재조차 잊고 사는 인간은 걸어 나갈 방향성도, 자기 옆에 있는 인간의 온기도 느끼지 못하는 비정함 그 자체이다. 그렇기에 하늘을 보며 걷는 좀비에게서 독자는 공포가 아닌, 부끄러움을 느끼고 만다. 다만, 단편소설이 지닌 장르적 특성을 생각할 때, 주인공의 가족사와 에필로그의 존재가 이 소설에서 필연성을 지닐 수 있게 구성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주형의 「책」은 단편소설이 지녀야 할 압축성, 문체의 간결함 등을 두루 갖춘 작품이다. 무엇보다 독자를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는 대화체의 구성은 이 소설의 긴장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되어 준다. 소설 속 화자가 들려주는 로맨스에 걸려든 독자는 사람들이 지닌 지적 허영심과 독서 모임을 둘러싼 세속적 욕망을 거쳐, 전시된 책이 아닌 ‘읽히는 책’이 되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마음에 공감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그리고 소설이 끝나면 이 작품이 그린 파문을 느끼며, 내가 읽은 책(/사람)과 전시한 책(/사람)이 무엇(누구)이었는지 톺아보게 된다. 결국 독자는 글쓴이가 그린 세계에 자기를 비춰보고 만다. 이것이 바로 소설이 지닌 힘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 작품을 흔쾌히 당선작으로 꼽았다. 

여러 편의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을 창작하는 지난한 일에 기꺼이 자신의 열정과 시간을 쏟았을 학생들을 상상했다. 그리고 글쓰기라는 노동이 인간을 성숙하게 한다고 믿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어렵게 수상작을 골랐다. 단편소설이 지닌 참신함과 함축성은 좋은 작품을 많이 읽고 상투성을 벗어나는 데에서 비롯한다. 수상자뿐 아니라, 소설 쓰기로 밤낮 머리를 싸맸을 모든 학생이 앞으로도 더 많이 읽고 쓰며 자기만의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