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즐겨보는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연예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연예인들의 가식 없는 모습에 우리는 공감한다. 모처럼 집에 편하게 누워 TV를 보던 중, 이 문구가 눈에 띄었다. “가끔은 넘어져도 괜찮아.”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전력질주만으로는 절대 도착지에 도달할 수 없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우리는 달린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마치 우리가 물리 공식을 잘 알고 있어도 문제로만 마주하면 적용 방법을 다 잊어버리는 것만 같이, 우리는 그 사실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그런 우리에게 대학은 다소 새로운 것들을 제시한다. 학업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던 우리는 성인이 되었고, 이제는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아직 우리는 어리다는 것을. 키도 컸고, 머리도 충분히 자랐지만, 세상의 거친 풍파를 이겨낼 수 있는 사회적 자아만큼은 아직 어린아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 사회적 자아를 키우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곳이 바로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대학이다. 

성공적인 대학의 3요소. 학업, 연애, 동아리. 틀린 말은 아니다. 모두 중요한 것이고, 그 안에 많은 것들이 들어 있다. 먼저, 학업. 어릴 땐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정말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그 말이 참뜻을 깨닫게 되었다. 학업적 성과를 쟁취할 수 있는 성공적인 방법과 로드는 꽤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 틀 안에서 자신의 노하우만 조금 섞으면, 학업을 향한 나의 환상적인 레시피가 완성된다.

연애는 어떤가. 아이들의 연애, 어른들의 연애. 그 사이 어딘가에 대학생의 연애가 있다. 풋풋하지만, 풋풋하지만은 않은,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수많은 문제들을 풀어야 한다. ‘사랑’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많은 이들이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감정에 울다가 웃는다.

동아리. 고등학교 동아리만을 생각하며 가벼운 것이라 생각하던 이들에게 대학 동아리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아리 속에는 작은 사회가 담겨 있다. 동아리 회장은 회장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며, 부원들은 개인의 일과 동아리의 목표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 사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대학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나에만 집중할 수도 있고, 계속 전력질주하는 이들을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전되고, 어느 순간 더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내 앞에 서 있는 저 완벽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어려움이 있고, 저 사람도 분명 넘어졌을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어른의 짐은 무겁다. 그저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행복한 척. 자신을 달래는 것이다. 너무 무겁고, 너무 자신만 힘들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그런 편협한 생각은 자신을 더욱 조이고, 우리의 시야를 좁아지게 만든다.

왜 우리는 ‘나 혼자 산다’를 좋아할까. 연예인들의 여유로운 삶. 그 속에서 우리도 여유를 찾을 수 있길 기대하기 때문이 아닐까.

인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20대 초반, 우리에겐 많은 유혹, 많은 위협들이 다가올 것이다. 넘어지고, 까지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많다. 그럴 때 가끔은 기억해보자. “가끔은 넘어져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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