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전형과 학생들이 바라본 각 전형의 공정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관련기사 본지 469호, <입시와 공정, 그리고 카이스트 - 1부>) 이번 기사에서는 입시와 공정성에 대해 좀 더 깊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리 학교의 입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나라 입시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각, 공정에 대해 우리 학교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관념을 살펴보았다. 1부와 마찬가지로 ▲일반전형 ▲특기자전형 ▲학교장추천전형 ▲수능우수자전형 ▲외국고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입시에서의 경험이 대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었는가

다양한 전형을 통해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입시를 하며 쌓은 경험들이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었는지 물었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학생들의 출신 고등학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과학고등학교(이하 과학고) 혹은 영재학교(이하 영재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대체로 입시 경험이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나, 일반고등학교(이하 일반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입시를 위한 공부와 대학교 공부에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과학고 및 영재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입시를 준비하며 심화 문제들을 많이 풀어볼 수 있어 대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 ‘입시를 위해 복습한 고등학교 교과 과정의 내용이 전공과목에서 확장되어 다뤄졌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자사고 및 일반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다소 다른 답변을 주었다. 일반고를 졸업한 한 학생은 “수능이나 내신을 위해 과학탐구 과목을 선택할 때 자신의 흥미보다는 입시에서의 유불리를 따지게 되므로 대학교 공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학생은 “다른 과목에 비해 수능에서 유리한 지구과학과 생명과학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과목들은 학과에 따라 대학에서의 공부와 큰 상관이 없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입시 맞춤형 공부’가 학문에 대한 흥미를 오히려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었다.

 

리 학교 입시가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이어 학생들에게 우리 학교 입시를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방안에 관해 물었다. 먼저, 몇몇 학생들은 우리 학교 입시가 개선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러한 답변을 준 응답자 중 한 명은 “우리 학교 입시가 완전히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우리 사회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비교적 공정하며, 더욱 개선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입시와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반고와 자사고 학생들은 과학고와 영재교 학생들에 비해 우리 학교 입시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의견이 있었다. 정보 공개에 대해, 한 응답자는 “서류평가 기준과 평가 결과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고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더 필요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출신 고등학교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할 수 있는 경험들과 그 경험과 관련된 각자의 장점을 보여줄 수 있도록 자기소개서 문항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반고 출신 학생이라는 이유로 과소평가되는 상황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한 응답자도 있었다.

외국고 전형과 특기자 전형에 대해서는 1부에서도 지적되었던 각 전형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먼저, 외국고 전형과 관련해서 “현재 모든 지원자에게 면접을 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모든 지원자에 대해 면접 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특기자 전형과 관련해서는 “특기 입증자료가 지원자 본인의 것인지 엄격히 판별해야 하며, 특기 분야에 대한 제한을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학생들이 바라본 우리나라의 입시는

우리 학교 학생들은 우리나라 입시 전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설문에 참여한 모든 학생이 우리나라 입시 현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적된 사항은 크게 ▲경제적 상황 등 학생의 배경이 입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점 ▲입시가 과열된 점 ▲교육 전반이 입시에만 집중하고 있는 점 ▲정부 정책이 일련의 문제점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으로 나누어볼 수 있었다. 

먼저, 많은 응답자가 입시에 학업 능력과 노력 이외의 요소가 영향을 끼치는 점을 지적했다. 경제적 상황, 출신 지역, 부모의 자본력 등이 이러한 요소로 꼽혔다. 최근 불거진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논란도 언급됐다. 특히, “입시는 결국 정보력 싸움이다”라고 말한 응답자는 “개인이 얻는 정보는 출신 고등학교, 다니는 학원, 부모의 자본력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입시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는 지적도 다수 응답자에게서 나왔다. 한 응답자는 “대학 입학생 수가 너무 많다”고 말하며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 때문에 사람들의 삶이 각박해지고, 이를 타파할 수단으로써 높은 수준의 학력을 원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입시 문제가 예민한 것은 결국 대학 자체가 계층의 서열화를 조장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도 나왔다.

입시가 과열됨에 따라 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점에 주목한 응답자도 있었다. 자사고를 졸업한 응답자는 본인의 출신 학교에서 교육이 지나치게 입시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응답자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 기초적 교양이 부족한 학생들을 길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육이 입시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교과서 이외에는 책을 읽어보지 않은 학생이나 기초 상식이 부족한 학생들이 생긴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정책이 이러한 문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도 지적됐다. 한 응답자는 “정부가 유권자들의 표를 지나치게 의식하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어고등학교, 자사고 등의 학교를 없애는 것은 획일화된 학습환경을 조성할 것이다”라는 우려 역시 나왔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바라본 공정은

설문의 마지막 질문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이 ‘공정’이라는 개념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학생들의 답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키워드는 ‘능력’, ‘노력’, ‘기회’였다. ‘모두에게 기회가 분배되어, 능력이 있거나 노력한 사람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다’라는 생각이 대부분 응답자의 답변에서 엿보였다.

이는 90년대생과 청년 세대에 대해 분석한 기존 저술들과 궤를 같이하는 결과이다. <90년생이 온다>(임홍택 저)와 <공정하지 않다>(박원익, 조윤호 저)는 90년대생을 하나의 세대로 보고 이들의 가치관을 분석한 도서로, 청년들이 경제 상황 악화와 취업난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청년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본인의 능력과 노력이라고 두 저술은 설명한다. 이 때문에 청년 세대가 개개인의 노력과 재능을 엄격하게 반영하는 제도를 중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20대가 공정을 특히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불공정한 경쟁에 분노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이번 설문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 역시 능력과 노력을 중시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이 공정한지 판단하는 데 ‘능력과 노력이 제대로 반영되는가’라는 질문을 주된 잣대로 삼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존재했다.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를 배려해주는 것이 공정이다’는 의견, ‘공정은 결국 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행복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기획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입시와 공정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학생들이 나름의 관점을 가지고 우리 학교, 그리고 한국 사회에서의 공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정에 대한 고민이 각자의 고민에만 그치지 않으려면 다양한 목소리들이 한데 어우러져야 한다.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등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활발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공정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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