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학가에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여러 대학에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대자보가 게시되었고, 학생들이 곳곳에 조성한 레넌 월(Lennon Wall)에는 홍콩 시민들을 지지하는 메모지가 붙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평화의 메시지를 중국 유학생들이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는 찢겼으며, 레넌 월에는 한국인 학생들을 비난하는 낙서와 더불어 반(反)홍콩 메모지가 잔뜩 붙었습니다. 연세대에 설치된 홍콩 민주화 지지 현수막은 중국인들로 인해 무단 철거되었습니다. 현수막 철거를 막으려 하자, “남의 나라 일에 신경 쓰지 마라”, “우리의 행동은 애국”이라고 반발하며 철거를 강행했다고 합니다. 고려대의 ‘홍콩 민주항쟁 왜 지지해야 하는가?’ 포럼의 포스터에는 ‘너희 한국인들과 무슨 상관이 있냐’라는 말과 위안부 피해자를 모욕하는 낙서가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중국대사관은 “중국의 청년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해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분노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리에 맞는 일”이라며 자국 학생들을 감싸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학 당국은 별다른 움직임을 취하고 있지 않습니다. 규정상 대자보 훼손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조처를 할 수 없다거나, 대자보에 반대 의견 문구를 적어 놓은 수준이어서 제재나 징계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지켜져야 할 ‘진리의 상아탑’ 내에서,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외교부 또한 중국대사관의 담화와 관련해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민주화 운동의 한 축을 맡아 민주주의를 이뤄낸 우리나라인 만큼, 대학생들이 다른 나라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것은 사뭇 당연해 보입니다.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운동이 점차 확산하며 중국 유학생들과의 충돌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대학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가 대학 내에서, 나아가 민주주의를 갈구하는 다른 지역에서까지 보장되어 우리 사회가 평화에 한 걸음 가까워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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