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그려낸 사랑과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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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그려낸 사랑과 희생
  • 엄창용 기자
  • 승인 2019.11.19 22: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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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카이 마코토 - '날씨의 아이'
(ⓒ(주)영화사 도호 제공)
(ⓒ(주)영화사 도호 제공)

언제부턴가 도쿄에는 비가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을 떠나 무작정 도쿄로 향한 열여섯 가출 소년, 호다카에게 줄곧 내리는 비를 피할 곳은 없다. 상가 출입구 옆이나 만화방에서 밤을 지새우고, 패스트푸드점에서 값싼 수프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히나를 만난다.

일 년 전, 히나는 병중에 있는 어머니를 모시던 중 우연히 잠시 비를 멈추고 하늘을 맑아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동생과 단둘이 남겨진 히나는 간신히 생계를 이어간다. 호다카와 히나는 누구의 보호도 없이 어린 삶을 이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비슷한 처지에 놓인 소년과 소녀는 점차 가까워지고, 맑은 날씨를 원하는 사람들의 소원을 이뤄주며 돈을 번다. 하지만, 호다카는 맑은 날씨로 변할 때마다 히나의 몸이 투명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결국은 사라지게 될 운명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하늘은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비는 슬픔을, 빛은 희망을 말한다. 천식으로 아픈 딸로 인해 비 오는 날에는 딸과 함께

지낼 수 없는 아버지, 비로 인해 야외에서 결혼사진을 찍을 수 없는 부부들, 점점 물에 잠겨 가는 도쿄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맑은 하늘을 원한다. 문제는 히나가 날씨의 제물로 희생되어야만 도쿄의 맑은 날씨를 되찾아올 수 있다는 것. 세상의 운명을 쥔 호다카와 히나, 이 둘은 자신들의 사랑과 공동체를 위한 희생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한편, 비와 빛의 대립적인 구도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관계를 의미한다. 기성세대에서 해결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를 개는 행위의 주체는 소년과 소녀, 즉 젊은 세대이다. 작중에서 맑은 날씨를 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어른으로 표현되는 반면에, 기성세대가 희생을 강요하는 대상은 호다카와 히나라는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젊은 세대이다.

또한, 멀리서 보는 도쿄의 모습은 아무 문제 없이 그저 아름답게 묘사되지만, 가진 것 하나 없이 빗속에서 헤매는 호다카와 히나의 모습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젊은 세대의 현실을 고발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화 <날씨의 아이>는 기성세대의 문제로 고통받는 젊은 층의 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결국은 젊은 층이 기성세대가 전가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아이러니를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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