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술 받은 환자의 뇌조직 분석해 뇌 특이적 체세포 돌연변이 자주 발생하는 유전자 밝혀내… 표적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 적용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연세대학교 윤도흠 의료원장, 세브란스 병원 신경외과 김동석 교수와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 공동연구팀이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방법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3일 뇌 병리 분야 국제 학술지 <악타 뉴로패쏠로지카(Acta Neuropathologica)>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뇌전증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유병률을 보이는 신경정신적 질환이다. 신경 발작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두세 번 지속되고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이를 뇌전증이라 한다. 미국에서는 10만 명 당 24~50명의 유병률을 보이며, 약 3분의 2의 환자에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은 수술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러 검사를 통해 밝혀진 시발점을 제거하는 수술로, 현재 60%에서 70%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난치성 환자에서 발견되는 돌연변이

수술을 요하는 소아 난치성 뇌전증 환자 중 3분의 1은 국소적인 피질 이형성증(Focal Cortical Dysplasia)으로 진단되며, 연구팀은 이 환자들의 30%에서 뇌 특이적 체세포 돌연변이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여 보고한 바 있다. 이외에도 전체적으로 돌연변이가 간간이 발견되는데, 돌연변이를 찾은 후 원인을 표적으로 하는 약을 찾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돌연변이는 체세포 돌연변이다. 체세포 돌연변이의 경우 발달 과정에서 발현 시기에 따라 신체를 차지하는 비율이 다르며, 특정 시기 이후 발현할 시에는 뇌에만 돌연변이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뇌 특이적 체세포 돌연변이는 뇌세포 중 5% 이하에서만 존재해 진단의 난이도가 높다. 돌연변이를 찾기 위해 시행되는 기존의 진단 방법인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은 진단 정확도가 약 20%에 머물러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와 임상의 괴리 줄인 진단법 개발

연구팀은 난치성 뇌전증 진단율을 높이기 위해 뇌수술을 받은 난치성 환자 232명의 뇌조직을 분석하여 돌연변이가 자주 발생하는 유전자를 밝혀냈다. 이 유전자에 표적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법 및 기술적인 복제법을 적용해 체세포 돌연변이를 분석해 임상에서도 최대 100%의 높은 진단 성공률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기존 학계에서의 연구와 실제 임상의 진단 정확도 사이의 괴리를 줄일 수 있었다.

난치성 환자의 8개 유전자에 대한 딥 시퀀싱 복제 분석
(a)체세포 돌연변이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대한 연구 설계 도식.
(b)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뇌 체세포 돌연변이 진단율 그래프.
(ⓒ심남석 박사과정 제공)

이번 연구는 뇌전증의 유전 이상을 더욱 정확하게 진단함으로써 난치성 뇌전증 환자에게 새로운 약물치료를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연구를 진행함에 따라 더 높은 정확도를 가지는 진단법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심남석 박사과정은 “난치성 뇌전증의 유전자 진단은 현재 임상시험 중인 새로운 치료법의 필수적인 과정이며, 높은 효율과 낮은 비용으로 유전자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교원창업 기업을 통해 난치성 뇌전증 유전자 진단 방법을 실제 병원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
염기서열 데이터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염기서열 분석법을 대규모로 병렬화한 방법. 기존 생어 염기서열 분석과 달리 많은 수의 DNA조각을 병렬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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