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세포에서 나온 축삭이 분기돼 서로 다른 세포에 신호 전달해… 포도당 감지하면 혈당 감소 위해 효소의 분비, 억제 작용 촉진

생명과학과 서성배 교수와 뉴욕대학교 생명과학과 오양균 박사 공동연구팀이 초파리를 모델 생물로 이용해 뇌에 존재하는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체내 혈당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구체적인 작용 경로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0월 23일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일상의 체내 조건에서 포도당만 인식

뇌에 포도당 수준의 변화를 감지하는 신경세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기존의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었다. 이러한 신경세포는 전기 생리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 다양한 동물에서 발견되었지만, 생명체에서 어떤 생리적 역할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파리에서 포도당을 감지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한 뒤, 칼슘 이미징 방법을 사용해 다양한 종류의 당을 인식하는지 확인했다. 이 방법은 살아있는 세포가 자극을 받을 때 신호 전달자인 칼슘의 농도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어떠한 활성을 가지는지 측정한다. 일상적인 농도의 다양한 당 분자에 대해 신경세포는 포도당 중 생리적으로 분해 가능한 형태인 D-포도당에만 반응했다. D-포도당이 세포에 흡수되면 대사과정을 거쳐 여러 중간산물로 분해된다.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는 피루브산과 같은 대사산물에 반응했는데, 이를 통해 포도당 인식을 위해 추가적인 대사과정이 일어남을 알아냈다. 

 

특정 부위에 신호 전달해 혈당량 조절

연구팀이 발견한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체에서 나온 축삭은 두 개의 가지로 분기된다. 하나는 PI(Pars Intercerebralis) 영역에, 다른 하나는 CC(Corpora Cardiaca) 영역에 신호를 보내는데, 포도당을 감지하면 혈당을 낮추기 위한 체내의 조절 작용을 촉진한다. 

우선 PI 영역으로 신호가 전달되면, 인슐린 생산 세포에서 인슐린과 같은 작용을 하는 dilp2 효소를 방출한다. 이 효소는 체내 세포들의 포도당 흡수를 증가시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CC 영역에 신호가 전달되면 글루카곤 생산 세포에서 인체의 글루카곤과 같은 작용을 하는 효소인 AKH의 분비를 억제한다. 이 효소는 혈액의 포도당 농도를 높이기 때문에, 혈당 감소를 위해 평소에 방출하던 양보다 감소시키는 것이다.

신경세포의 축삭이 분기돼 혈당을 조절하는 모습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는 서로 다른 부위에 신호를 전달해 혈당을 낮추기 위해 서로 다른 두 효소의 분비와 억제를 각각 조절한다. (ⓒ서성배 교수 제공)

 

길항 작용 유도하는 신경물질 발견해

연구팀은 이러한 조절 과정에서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어떠한 원리로 서로 다른 세포를 조절하는지 확인했다.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에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존재하는데, 그 중 sNPF(Small Neuropeptide F)가 다른 종류의 세포에 모두 작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sNPF가 신경세포의 축삭 말단에서 분비되면, 인슐린 합성 세포와 AKH-생산 세포에 존재하는 동일한 수용체가 신호를 인식한다. 그러나 수용체에 의해 인식된 이후에는 서로 다른 세포 내 신호전달 경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슐린 생산 세포는 dilp2의 합성을 촉진하고 AKH-생산 세포는 AKH의 합성을 억제해 체내 혈액의 포도당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할 수 있다.

이전까지 포유류의 혈당량 조절은 이자섬에 연결된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 시상 하부 그리고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이번 연구는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물질을 인식하고 다른 세포에 직접 작용해 혈당량을 조절하는 과정을 규명했다. 이를 통해 인간의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 또한 혈당량을 직간접적으로 조절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서 교수는 “그동안 당뇨병의 원인이 효소를 분비하는 세포의 기능 이상 때문이라고 추정되었지만, 포도당을 감지하는 신경세포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포도당 감지 신경세포가 어떠한 경로로 체내 혈당을 조절하는지 연구한다면 당뇨병이나 비만을 비롯한 대사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더욱 용이해질 것이다”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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