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공정’이 화두다. 2016년, 국민들은 ‘돈도 실력이야’라는 말에 분노했다. 2019년, 국민들은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다시 분노하고 있다. 이 사건들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바라보아야 하는 개념이 바로 공정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국민들의 분노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민들이 생각하는 공정이란 무엇인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대’, ‘청년’, ‘90년대생’이 공정에 관한 논의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20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공정의 개념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들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예시는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둘러싸고 일었던 논쟁이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당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응답자 중 76.2%가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은 올림픽을 앞두고 애써 준비했던 남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라는 문항에 동의했다. 조사 대상이 된 연령대 중 20대가 가장 높은 동의 비율을 보인 것이다. 정치권, 언론, 학계 등 다양한 집단이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20대는 공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입시’ 역시 공정과 관련한 논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이다. 입시는 공정한 경쟁과 관련된 여러 사안 중에서 국민들이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에 대한 소망과 불공정한 현실이 가장 뚜렷한 대비를 보이는 곳이 바로 입시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현실에 국민들이 가장 분노할 때는 불공정이 입시에 투사될 때이다.

본 기사에서는 우리 학교 학생들과 우리 학교 입시에 주목함으로써 공정, 20대, 입시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접근하고자 한다. 동시에 언론 보도와 서적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공정 관련 논의를 이해하고, 우리 학교의 사례가 지니는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해서도 고민하고자 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KAIST라는 작은 사회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출신 학교와 다양한 전형을 거쳐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부생들을 인터뷰했다. ▲일반전형 ▲특기자전형 ▲학교장추천전형 ▲수능우수자전형 ▲외국고전형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일반전형과 관련해서는 ▲일반고등학교(이하 일반고)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과학고등학교(이하 과학고) ▲영재학교(이하 영재교) 출신 학생을 인터뷰했다.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경험한 입학 전형 ▲해당 전형이 공정하다고 판단하는지 여부 ▲KAIST 입시가 더 공정해지기 위해 필요한 노력 ▲우리나라 입시 전반에 대한 견해 ▲공정 개념에 대해 물었다.

 

우리 학교 학사과정 입학전형

우리 학교 입학전형은 ▲일반전형 ▲특기자전형 ▲학교장추천전형 ▲수능우수자전형 ▲외국고전형 ▲고른기회전형으로 구분된다. 이 전형들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답변과 우리 학교 모집요강을 통해 각 전형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은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평가를 거친다. 서류평가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 교사추천서,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2단계 평가에서의 면접은 수학, 과학, 영어 관련 면접과, 인성 및 서류 관련 면접으로 구성된다. 수·과학 관련 면접에서는 지원자들이 문제를 풀고 해당 문제에 대한 면접관의 질문에 답하게 된다. 지원자는 물리, 화학, 생명 중 하나를 선택해 해당 과목에 대한 과학 면접을 보게 된다. 영어, 인성, 서류 관련 면접에 대해서는 ‘그다지 비중이 높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특기자전형과 학교장추천전형, 고른기회전형 지원자 역시 1단계 서류평가와 2단계 면접평가를 통해 평가를 받지만, 세부적인 사항에서 일반전형과의 차이가 존재한다. 특기자전형 지원자들은 서류평가를 받기 위해 특기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특기 입증자료는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 특기를 입증할만한 입상, 창업, 발명 기록을 뜻한다. 지원자들은 면접에서도 특기 입증자료를 기반으로 자신의 실적에 대해 설명하게 된다.

학교장추천전형과 고른기회전형 지원자들은 특정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학교장추천전형에는 국내 고등학교 학교장이 추천한 학생이 지원할 수 있다. 각 학교에서 학교장 추천은 최대 2명 받을 수 있다. 고른기회전형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농·어촌 지역 학생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지원대상자 ▲국가보훈대상 ▲새터민 등의 자격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수능우수자전형에서는 수능 성적만으로 학생들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해당 전형에서는 학생생활기록부 및 고등학교 내신은 전혀 반영되지 않으며 면접평가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외국고전형에는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 중 외국 고등학교에서 마지막 3년 이상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 응시할 수 있다. 외국고전형 지원자들은 ▲SAT I ▲SAT II ▲IB Diploma ▲GCE A-Level ▲ACT ▲지원자가 고등학교를 다닌 국가의 공인 고등학교 졸업시험 또는 대학입학시험 성적 중 하나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교사추천서 ▲고등학교 Profile ▲자기소개서 역시 제출해야 한다. 외국고전형에서는 면접평가가 항상 실시되지는 않고, 대부분 서류평가만 이루어진다. 다만, 면접평가가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에 한해 면접이 실시된다.

 

학생들이 바라본 각 전형의 공정성

각 전형을 경험한 학생들에게 각자가 경험한 입학전형이 공정하다고 느꼈는지 물었다. 해당 질문에 대해 많은 응답자들이 스스로가 겪은 전형이 공정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우리 학교의 입학전형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낀 학생들의 사례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먼저 자사고를 졸업해 일반전형으로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한 학생은 자신이 경험한 전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과학고 및 영재교 출신 학생들과 일반고, 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공부하는 내용이 다른데, 같은 전형으로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일반고 및 자사고 출신 학생들을 배려해 일반전형 면접평가가 비교적 배우는 내용이 비슷한 수학 과목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느꼈다”는 의견, “일반전형에서 내신의 비중이 크다고 느꼈는데, 이는 일반고 학생들을 배려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했다.  

일반전형에서 자기소개서 문항과 관련해 불공정한 점이 있다고 느꼈다는 응답도 나왔다.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 시도한 경험’을 묻는 문항에 답할 때, 과학고 및 영재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학고를 졸업한 해당 응답자는 “과학고, 영재교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R&E를 비롯한 연구 활동을 진행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항에 대해 큰 어려움 없이 답변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환경을 겪지 못한 응답자는 쉽게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어렵겠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특기자전형으로 입학한 응답자는 두 가지 이유를 들며 자신이 경험한 입학전형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했다. 첫째 이유로 ‘특기 입증자료 작성에 타인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는 점을 들었다. 해당 응답자는 “전문적인 학원 강사들이 도와 작성한 특기 입증자료가 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것보다 질적으로 우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한, “실제로 인터넷에서 산출물 작성을 돕는 학원 강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응답자는 “특기 입증자료가 정말 학생 본인의 것인지 판별할 수 있는 수단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기 분야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문제 역시 제기됐다. 해당 응답자는 “올해부터 특기자전형에서 소프트웨어 및 로봇 관련 특기만 인정해주게 되었다”고 전하며 “화학, 생물학, 천체물리학 등 다른 분야에 대한 특기는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정한 입시를 위해서는 특기 분야에 의해 발생하는 격차는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우리 학교의 입학 전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서는 이러한 입학 전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과, 우리 학교 학생들이 공정에 대해 가지는 관념에 대해 들여다볼 것이다. 나아가 우리 학교의 사례가 한국 사회 전반의 모습과 비교할 때 어떤 특수성과 보편성을 가지는지 분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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