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에게 어려움 주는 언어 장벽과 위계질서 문화... 변화 필요해

외국인 유학생 정책,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
지난 15일, 외국인 유학생 정책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역할 간담회에서 임만성 국제협력처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이률 기자)

지난 15일, 우리 학교 KI 빌딩(E4) 매트릭스 홀에서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이 주관한 외국인 유학생 정책과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역할 정책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경렬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번 간담회는 국제협력처 임만성 처장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임 국제협력처장은 “KAIST에 온 뒤 어떻게 좋은 외국인 학생을 선발할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한국에 꾸준히 머물게 할 수 있는지 등 다양한 국제 학생 문제에 참여했다”며 “이번 간담회가 이런 문제들에 대한 시각을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행사의 의의를 확인했다.

이번 간담회는 세 개 세션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전문가들이 아세안 및 인도를 주로 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 등을 얘기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학생, 연구자의 현장 경험에 대해 나눴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청중들과 연사들이 모두 의견을 나누는 종합 토론시간을 가졌다.

간담회의 시작을 연 경희대학교 국제대학원 홍문숙 객원교수는 “전 지구적으로 교육 이동성이 강화되고, 많은 고등교육기관이 국제적 명성을 얻으며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성이 증가하면서 학생들의 유학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개발도상국의 학생들도 수준 높은 교육의 수혜를 입을 수 있게 되었다. 이어 “<고등교육과 공익>의 저자 존 닉슨은 현 고등교육의 문제를 상업화, 상품화, 경쟁의 심화, 규격화로 규정했고 대학의 역할이 공공성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라며 “전 지구적인 과제들을 해결하는데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논제를 던졌다.

홍 교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언급하며 “예전에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과 협력할 때 일방적으로 가난한 개발도상국을 도와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개발도상국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더 큰 사회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고등교육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을 지원할 때 기초교육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전문가와 엘리트 교육도 강조해야 한다는 정책이 대두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아세안과의 교류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적인 논의는 아세안과 우리나라, 일본, 중국이 함께하는 아세안+3 정책에 대한 것이다. 홍 교수는 “아세안+3 학생들의 이동성 증가와 교육적 수준의 질 보장을 위해 아세안 질 보장 네트워크도 형성하고 있다”며 “일본이 이 네트워크를 주도하고 있으며, 동북아시아 세 국가 뿐만 아니라 아세안도 함께 하며 각 나라의 교육에 접목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의 관련 정책은 대부분 18개월 정도의 단기적인 정책이고, 지금까지는 하드웨어 정도만 만들어주는 정책들이 주가 되어 왔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말하며 “5년, 10년 정도의 장기적인 계획과 예측이 있어야 하며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반드시 따르기보단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홍 교수는 “아시아의 인재들이 한국에서 존중받고 교육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환경 정비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유학생들을 위한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한국교원대학교 임희진 교수는 “등록금 수익과 국가 경제 활성, 외국 우수 인재 유치 및 활용, 국제 대학 랭킹에서 국제화 지표를 높이기 위해 유학생을 유치하고자 하는 정부나 대학들이 급증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도 2003년에는 1,200여 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이 2011년에는 90,000여 명, 올해는 160,000여 명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사과정의 유학생이 인문사회과학 분야에 치중된 것에 비해 과학기술특성화대학에는 대학원 과정의 유학생이 중요한 상황이다. 임 교수는 “한국 교육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인재들이 이공계로 진입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하며 “비수도권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이미 국내 학생으로 충원이 힘든 경우가 많아 외국인을 많이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이미 완성된 세계적 연구자와 그 연구를 유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지만,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서 어떻게 장기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는 부족하다”며 “불평등한 학업 경험이 줄어들도록 유학생들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오철우 강사는 기자 시절 직접 외국인 유학생들을 취재하며 들었던 실제 사례를 소개했다. 외국인 유학생과 교수들이 공통으로 국내 유학에 대해 좋게 평가한 것은 교육과 연구 환경이 좋다는 점, 연구성과로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점, 문화를 익힐 기회를 얻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점으로는 특이한 위계질서가 충격적이었고, 언어 장벽의 문제로 차별받는 느낌이라는 것을 뽑았다.

우리나라에서 10년 이상 교수 생활을 해온 필리핀 출신의 조프리 칼리막 교수가 한국에서 지내며 느낀 점과 문제점, 그리고 아세안과 한국의 협력에 대해 말했다. 이어, UNIST 국제협력센터 김민지 연구원이 UNIST의 외국인 유학생 현황과 유학생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며 UNIST가 가지고 있는 국제화 정책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POSTECH 대학원 총학생회 소우라브 사르카르 회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사르카르 회장은 “한국의 고등교육은 역사가 짧음에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 기관들을 키워냈다”고 말하면서도 “자금 지원, 업무 시간, 휴가 정책의 부재, 언어 장벽 등의 유학생이 마주치는 문제점과 국제적 명성 지표 등락, 영어 기반 수업, 학생의 질 문제 등 대학이 만나는 문제점이 교차하고 있는 상황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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