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 아바시 - '경계선'

(ⓒ(주)트리아트 필름 제공)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타인의 수치심, 분노, 죄책감 등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으로 금지 물품을 반입하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일을 한다. 그는 유능하고 상냥하지만,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남성기의 존재와 이질적인 외모 탓에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한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으며, 반백수로 티나의 집에 얹혀사는 애인은 대놓고 바람을 피운다.

티나의 삶은 모든 것이 수수께끼투성이였다. 괴상한 성기 모양은 그를 항상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했고, 폭풍이 치면 번개가 그를 따라다니는 듯했다. 식사 때면 벌레와 흙을 먹고 싶다는 충동을 참아야 했으며 허리께엔 자신도 모르는 큰 흉터가 있다. 티나는 스스로를 경계선 밖의 존재로 규정짓곤, 외딴 숲속 오두막에서 자신을 타인과 단절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수상한 짐을 가득 든 남자 보레와 마주치고, 그에게서 나는 수치심의 냄새를 맡고 그를 제지한다. 그러나 보레의 짐은 아무 문제가 없었고, 혹시나 해서 실시한 몸수색에서 티나는 보레가 여성기를 포함해 자신과 같은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보레는 티나가 자신과 같은, 인간에 의해 핀란드로 추방당한 ‘트롤’이라고 말한다. 티나가 보레를 발견한 게 아니라, 보레가 티나를 찾아낸 것이었다.

티나는 그 후 보레와 함께 매일같이 숲을 돌아다닌다. 거추장스러운 옷을 모두 벗어 던지고, 남들의 시선에 매이지 않은 채 벌레를 씹어먹으며, 꿈과도 같은 첫 섹스를 한다. 보레와 함께 할 때 티나는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아기마저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이용하는 인간의 추잡함에 치를 떨며, 트롤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확고히 한다.
하지만 보레가 그의 정답이 될 수는 없었다. 온순하고 정의로운 티나와는 달리, 보레는 인간에 대한 복수심과 적개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티나는 인간과 트롤, 선과 악, 정의와 사랑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세상에는 젠더, 종교, 인종 등 수많은 기준이 있다. 그 기준들은 차별을 수반한다. 영화 <경계선>은 도입부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서 섬세하게 전개되는 티나와 보레의 갈등은 그 물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편협한 시선과 편견을 등에 지더라도 본인의 삶의 가치를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그 모든 것의 경계에 서서 또 하루를 살아가는 티나는, 어쩌면 현대 사회의 우리 모습을 투영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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