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연이은 학우들의 안타까운 사태로 야기된 우리 학교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조직된 혁신비상위원회 활동이 지난 20일 사실상 종료되었다. 학교와 교수, 학우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고자 보직교수, 교수협의회 추천 교수, 학생대표 등 총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혁신비상위원회는 학생/학사, 교무/인사, 재정/사업, 운영/리더십 등 4개의 소위원회로 나뉘어 3개월 남짓한 활동 기간 무려 25차례에 걸친 회의와 총 26개 항에 걸친 최종 안건을 발표했다. 혁신비상위원회의 활동 종료를 맞으며 우리 학교 구성원 모두는 우리 학교의 개혁과 당면한 문제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모든 위원의 노고를 위로한다.

혁신비상위원회는 우리 학교 개교 이후 가장 큰 불행과 위기를 맞아 교수협의회의 요구로 발족했다. 출범부터 위원회의 구성 당사자인 학생대표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권한과 효력이 명확하기 규정되지 않는 등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우리 학교의 불행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구성이 불가피했고, 전체 구성원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구로서 기대를 모았다. 또한, 3개월 남짓한 활동 기간 동안 요구 사항의 시행 시기와 방법을 놓고 혁신비상위원회와 총장 사이에 진통과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이해하고, 환영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혁신비상위원회에서 제시한 총 26개의 개선 안건은 우리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었다. 위원회의 활동 기간 개선 요구사항을 즉각 시행할 것인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일괄 시행할 것인지를 놓고 총장과 교수협의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지만, 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종료된 이상 그러한 갈등은 이제 효력이 없다. 중요한 것은 혁신비상위원회에서 제안한 안건들을 하루빨리 제도화시키는 것이다.

혁신비상위원회는 보직교수, 교수협의회 추천 교수, 학생 대표가 참여했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사항은 사실상 우리 학교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학교의 거의 모든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되었고, 혁신비상위원회의 구성에 앞서 서 총장이 위원회에서 제안한 안건을 이사회에 보고한 후 즉각 시행한다고 약속했으므로 시행을 거부할 명분도 없다. 실제로 혁신비상위원회의 개선 안건 중 예산과 인사 등 이사회의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몇몇 안건을 제외하면 지금이라도 즉각 시행해도 문제가 없을 안건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혁신비상위원회의 활동은 사실상 종료되었다고는 하지만, 위원회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종료되는 것은 제안된 안건이 모두 시행된 이후일 것이다.

우리말에서 ‘비상’이라는 어감은 상당히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번 혁신비상위원회와 같은 임시 기구는 우리 학교 역사에 더는 등장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혁신비상위원회의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하며, 순리적인 결론은 위원회에서 제기한 개선 요구 사항을 하나씩 차분히 시행해 나가는 것일 것이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