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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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 류제승 기자
  • 승인 2019.10.08 1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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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에 질병코드를 부여하고 정신장애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의결했다. 국내외 게임 업계와 게이머들은 이 결정에 즉각 반발했지만, 정신의학계 일각과 종교계 등에서는 환영의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셧다운제와 관련해 일어났던 게임 산업규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게임 산업의 현황을 살펴보고, 게임 산업규제를 둘러싼 양측의 양보 없는 주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현주소

①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

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여가의 한 종류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진행한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세에서 65세 사이의 사람 중 65.7%가 최근 1년 내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0대, 20대, 30대의 경우 각각 90.8%, 85.2%, 82.0%가 게임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되어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분야별로는 모바일게임의 이용이 90.0%로 가장 높았고, PC게임이 64.1%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 특성별로는 여성보다는 남성이, 30대 이하가 40대 이상보다 게임 이용률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이 사람들의 주된 여가생활 중 하나로 자리할 수 있었던 데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PC(인터넷)를 사용한 여가생활 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중복응답)에서는 게임이 74.5%로 동영상 시청(75.5%)을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부분을 차지했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여가생활 중에서는 83.3%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게임을 하는 이유에서는 이용자의 게임의 종류나 연령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많은 사람이 PC게임의 경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모바일 게임의 경우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게임을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연령이 낮을수록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게임을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게임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등과 함께 게임 이용자의 비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다.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재미와 만족감을 얻고 타인과 어울리는 기회를 얻는다. 

 

② 한국 게임 산업과 시장규모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 규모는 콘텐츠 생산 면에서도 작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의 게임사업체는 12,937개이며, 매출액은 13조 1,423억 원에 달한다. 작지 않은 시장규모를 갖춘 한편, 44.1%의 높은 부가가치율을 보이며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20배 이상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2015년부터 연평균 10.7%의 성장률을 보인다.

게임 산업의 시장규모는 2010년대에 들어 성장세가 더뎌졌으나, 전체적으로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분야별로는 모바일게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매출액의 가장 큰 부분(47.3%)를 점유하고 있다. PC게임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지만, 게임유통업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PC방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게임 시장의 규모가 상승하는 데 반해 게임사업체의 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것이다.

 

③ 세계 속의 우리나라

우리나라는 2017년 기준 세계 게임 시장의 6.2%를 점유하며 세계 4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가장 강한 분야인 PC게임에서는 12.1%로 3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는 9.5%로 4위를 차지했다. 세계 게임 시장규모는 약 1,6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되며,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게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성장률 또한 높다.

세계 게임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국가로는 단연 미국과 중국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며 PC게임과 모바일 게임, 콘텐츠 생산과 소비 양쪽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게임 수입 규제 정책과 검열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해외 기업의 시장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더불어, 지난 5월 결정된 WHO의 게임사용장애 질병코드 등록은 세계 게임 시장에 강력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규제, 청소년들을 구해라

① 규제의 필요성과 등장 배경

게임이 널리 보급되고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하면서, 게임 이용에 관한 몇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사행성 게임의 유행, 게임 중독의 위험성, 청소년 게임 중독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며 공론화되었다. 게임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게임 산업을 규제하고 사회에 끼칠 악영향을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했다.

2010년 이전에는 사행성 게임이 큰 문제가 되었다. 잘 알려진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이 문제시되면서, 게임이 가진 사행성 요소를 경계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아케이드 게임 시장을 사장 직전까지 몰고 가는 원인이 된다. 이런 불법적인 사건 이외에도, 일부 온라인 게임의 사행성 요소가 지적되며 게임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가 본격화된 것은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 이후이다. 셧다운제의 시행은 게임 중독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전부터 청소년보호단체 등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던 청소년 수면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구체화했고, 게임 중독 문제와 함께 수면 위로 드러난다. 이후 게임 산업규제에 대한 논의는 게임 중독이 가져올 사회적 영향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도 의견이 갈리는 정치계와 의학계를 제외하고도 시민단체와 종교계, 게임 업계와 문화계가 양측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② 셧다운제부터 게임 질병코드까지

앞서 언급했듯, 게임 업계에 대한 본격적인 규제는 셧다운제로부터 시작한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심야시간대의 인터넷게임 제공시간 제한)을 말하는데, ‘인터넷게임의 제공자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제공해서는 아니 된다. (제1항)’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1년 4월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11월에 시행된 이 규제는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셧다운제의 시행 이후, 게임 시간 선택제, 쿨링오프제 등 유사한 성격의 규제가 상정 또는 시행되었고, 게임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2013년 6월에 발의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게임에 대한 격렬한 표현으로 다시금 논란을 일으킨다. 이 법률안에서 발의자는 인터넷 게임을 술, 마약, 도박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했다. 게임 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포함하지는 않지만, 정부 부처의 결정에 따른 강한 규제를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게임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법제화하려는 시도였다. 게임중독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법률안은 2016년까지 많은 논란을 낳다가 제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폐기된다.

잠시 사그라졌던 논쟁은 올해 들어 다시 심화했다. 지난 2월, 정부 및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 및 관련 심의 시행령을 근거로 해 플래시게임을 유통하던 사이트에 경고를 보낸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32조는 등급을 받지 않은 게임을 유통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불법 게임의 유통을 막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플래시게임 및 인디게임에 적용해 규제하려는 시도는 강하게 규탄받았다. 결국, 플래시게임 및 인디게임에 대한 규제정책은 지난 6월 셧다운제에 대한 단계적 폐지 발표와 함께 철회된다.

마지막으로 지난 5월, WHO의 ICD-11에 게임사용장애가 포함되면서 논쟁이 다시금 점화되었다. 제72차 WHO 총회 B위원회는 게임사용장애에 ‘6C51’이란 질병코드를 배정하고, 정신적, 행동적, 신경발달 장애의 하위 영역으로 분류한다. 이는 2022년에 발효될 예정이며, 국내에서는 논의를 거쳐 수용 여부가 결정된다. 게임 중독과 게임의 유해성에 대한 논쟁에 정신의학계가 가세하면서,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 연구가 부족하다는 논리가 대립하고 있다.

 

③ 게임 업계의 대응과 한계

여러 차례에 걸친 게임 산업규제가 이뤄지는 동안, 게임 업계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행성 게임 논란으로 게임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하자, 중소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자율적인 규제가 논의되었다. 청소년 게임 중독에 대한 대처 방안들도 강구되었으며, 일부 시행되었다. 하지만, 실효성이 부족했고 게임 업계의 전반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셧다운제, 게임중독법의 발의가 이어지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움직임도 생겨났다. 게임을 중독 물질이 아닌 문화의 한 종류로 받아들여지게 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 지난 2월 플래시게임 및 인디게임 산업규제 논란이 일었을 당시에는 게임 업계보다 게임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항의가 더 크게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게임 이용자들의 대응 또한 산발적인 성토에 그쳤다는 의견도 있다.

 

막거나 지키거나, 게임을 둘러싼 논쟁

① 야심차게 시작한 셧다운제, 그러나

게임 산업규제와 관련한 논란으로, 2011년 시행된 셧다운제의 실효성과 영향에 대한 논쟁이 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수면권 보장을 목적으로 늦은 시간에 청소년이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막는 제도인데, 발의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처음 여성가족부에서 제안한 안에는 콘솔 게임, 모바일 게임을 포함한 모든 게임의 규제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규제로 지적되었다. 또한,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수면권 확보에는 성공했다고 전해지지만, 청소년의 게임 이용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고,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용하는 등의 사례가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더불어, 셧다운제의 시행은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침체를 낳았다. 2010년까지 꾸준히 늘던 게임 시장 규모 성장률은 2011년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4년에 헌법재판소에서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대한 합헌 판결이 난 이후에는 대형 게임 회사들이 본사 이전을 준비하거나 실행하기도 했다. 또한, 외국 기업이 배급하는 게임을 규제하는 것이 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셧다운제는 많은 논의를 낳다가 2019년 6월 폐지수순을 밟게 되었다. 하지만 폐지를 결정한 현 정부도 부모가 원할 경우 등만 적용을 가능하게 하는 등 절충안을 제시하며 단계적 폐지를 제시했다.

 

② 청소년 게임 중독을 해결하라

셧다운제가 시행된 배경에는 청소년 게임 중독의 사회 문제화가 자리하고 있다. 게임 중독(또는 게임 과몰입)은 분명한 사회 문제 중 하나이며,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나이에 게임 중독의 영향을 받는 것은 특별히 위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중독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이나 정신 질환으로의 발생 가능성, 게임 중독의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의 저서에 따르면, 인터넷중독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12년 기준 연 7조 8,000억~10조 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인터넷중독 또는 게임중독은 학습능력 저하, 직업경력 단절 등 심각한 개인적, 사회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중독으로 인해 학습 기회를 잃고 사회 소외집단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청소년의 게임 중독으로 인한 학습능력 저하나 사회성 결여 등에 대한 우려는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으며, 학교폭력 문제 등과 결부되기도 하며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한편, 청소년의 게임 중독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게임 중독이 청소년의 뇌에 심각한 변형 및 장애를 일으킨다는 주장은 아직 인정받지 못 했으며, 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또한, 경희대학교 정의준 교수를 필두로 하는 연구진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군으로 분류되는 학생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절대다수가 아무런 조치 없이도 수년 이내에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게임 과몰입 증상을 보인 이유는 게임 자체가 아닌,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나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청소년 게임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는 사회적인 조치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③ 게임은 문화인가 중독물질인가

게임 중독의 위험성이 계속 강조되면서, 게임을 마약, 술, 도박과 같은 중독물질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지속되어왔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은 이와 같은 시각을 법제화하려 했던 시도로, 좌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한 분류 자체는 현재까지 적지 않은 지지를 얻고 있다. 이와 반대로, 게임을 문화, 또는 예술의 한 장르로 인식시키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게임을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시각을 타파하고, 게임의 창의적 성격 또는 복합 문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대표적이다.

게임을 중독물질로 분류하려는 시도는 사실 게임 산업규제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도 과격한 편에 속한다. 2014년 청소년 보호법 제26조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 당시 재판부는 게임 자체는 문화적 성격을 가진다고 규정했으며, 대부분의 게임 중독 관련 연구에서도 게임 자체를 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게임 산업규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 중 대부분은 게임 자체보다는 게임에 중독되는 상황을 경계하며, 그 원인을 제거하는 일환으로 규제를 말한다. 물론 게임 자체가 가지는 중독적 성질과 사행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반면, 게임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게임은 단순한 여가 수단이며,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매체로 여겨진다. 물론, 이들 또한 일부 온라인게임이 포함하는 사행성 요소에 대해 경고하지만, 그로 인해 게임 자체가 부정적인 시각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그들은 게임은 그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이고, 게임 중독이 발생하는 것은 사람들이 다른 즐길 거리에 빠져드는 것과 근본적으로 같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게임 중독의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닌 개인의 상황과 환경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게임이 가지는 창의적인 성격은 올해 초 있었던 인디게임 산업규제 논란에서 자세하게 다뤄졌다. 게임을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에 이야기를 전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면, 개인이 만드는 게임을 막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일이 된다. 이는 미래 게임 산업의 동력을 막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에, 당시 정부는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결국, 6월에 열린 제18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청소년 등이 제작하는 비영리 게임 콘텐츠에 대한 등급 분류를 면제하기로 결정한다.

 

④ 게임 중독, 정신질환이 되다

지난 5월 이뤄진 WHO의 결정이 불러온 국내의 논란은 이전까지의 게임 산업 규제 관련 논란을 모두 망라하며 사회적, 의학적 견해가 더해져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게임 중독이 공식적 정신질환으로 규정될 수 있다는 말은 게임 이용자들과 학부모 등 관련된 모두를 긴장하게 했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ICD-11를 반영할지 여부에 촉각을 집중하게 되었다.

게임사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정신의학계는 이에 대한 더 체계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음과 동시에 더 활발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질병코드 등록에 긍정적인 의학계가 내세우는 가장 대표적인 주장이다. 환자에게 맞는 치료 방법을 찾고 이를 적절하게 제공해 게임 중독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질병코드 등록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에서는, 게임사용장애의 진단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을 지적한다. WHO에서 제시한 기준은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게임사용장애에 대한 진단은 결국 의사 개인에게 맡겨진다. 정확하지 않은 진료 기준 때문에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자로 분류되고, 이로 인한 사회적 압박이나 죄의식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ICD-11은 게임사용장애 등재 외에도 매우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를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추가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게임사용장애의 등재 여부는 빨라야 2025년 개정에서 결정될 내용이기 때문에, 이전까지 양측의 찬반 논란과 이에 수반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게임 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는 국내 게임 시장의 성장 억제와 게임 관련 기업의 해외 유출을 불러왔다. 셧다운제 시행 이후, 꾸준히 줄어들던 게임 시장 성장률은 2013년에는 음수(-0.3%)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2016년까지 한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 시장의 세계적인 성장과 모바일 게임 시장의 대두를 생각할 때, 어쩌면 우리나라의 게임 산업은 가장 빠르게 성장할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날이 부정적으로 변하던 2010년대 초반,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형 게임사들의 대응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몇몇 게임사는 해외로의 본사 이전을 준비하고 있었으며, 셧다운제로 인한 청소년 이용자 유출을 막기 위해 개인정보 수집 항목에서 주민등록번호를 제거하기도 한다. 수집 정보의 변화와 같은 대처는 당시 상황에 맞는 대응이었다는 평도 있지만, 게임 자체의 부정적 이미지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오히려 자율규제를 정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것은 대형 게임사가 아닌 중소형 게임사들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게임의 사행성에 대한 자체적 규제도 애를 먹고 있다. 현재는 많은 게임사가 사행성 요소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있지만, 사업성을 가지는 게임의 특징상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또한, 모바일 게임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함에 따라 PC게임보다 더 심한 사행성을 가지는 경우가 다수 보고되면서 게임 이용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박과 같은 직접적인 사행성 게임의 경우 규제가 강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편법으로 규제를 피하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다.

게임 이용자들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 업계는 게임 업계대로 자율적 규제를 통한 자정작용과 통일된 의견을 개진해야 하며, 게임 이용자들 또한 적극적인 의견 표현을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다듬어갈 필요가 있다. 게임이 진정 문화의 한 분야라면, 문화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이용자들 자신의 움직임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가져다주고, 또 누군가에겐 힘든 삶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게임 한 판의 즐거움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도 하고, 심오한 이야기를 전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며 눈물짓기도 한다. 그렇지만, 게임이 재미있다고 해서 게임이 불러온 사회적 논의에 귀를 닫고 있는 것은 전혀 이롭지 않다. 건전하고 생산적인 논의와 객관적인 연구, 양측 모두의 자율적인 노력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올바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만들어낸 문화 속에서 즐기는 게임은, 분명 지금보다 더 즐거울 것이다.

 

참고문헌 |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게임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 2019 콘텐츠산업 통계조사 보고서(일반배포용). 2019.
한국콘텐츠진흥원. 대한민국 게임백서 2018. 2018.
이해국, 이보혜. 4대 중독 원인 및 중독 예방 정책. 보건복지포럼 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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