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안 데이비드 핏츠 - '100일 동안 100가지로 100퍼센트 행복찾기'

(ⓒ(주)영화사 진진 제공 제공)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건에 둘러싸인 채 살고 있다.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삶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윤택해졌다. 사람들은 더 많은 물건을, 더 나은 자신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항상 행복한 것은 아니다. 소유와 소비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영화는 행복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폴과 토니는 스타트업 기업의 공동창업자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다.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나나’를 개발해 큰돈을 벌게 된 두 사람은 직원들과 함께하는 축하 파티에서 술에 취해 100일 동안 물건 없이 살기라는 내기를 시작한다. 모든 물건을 창고에 맡기고, 하루에 오직 한 가지 물건만 되찾아올 수 있다는 터무니없는 내기.  사소한 자존심 싸움이 큰돈이 걸린 내기가 되어버리자, 두 사람은 어떻게 해야 서로를 이길 수 있을지 궁리한다.

소비하는 것의 즐거움은 사람을 쉽게 사로잡는다.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가지는 삶이 행복한 것이라고 여긴다. 폴은 자신이 소비를 통해 행복을 찾으려고 했다는 것을 깨닫고 큰 충격을 받는다. 행복의 의미와 소비의 목적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인터넷과 쇼핑몰에서 단절된 삶을 견디려 노력한다. 정장 대신 차 한잔, 휴대전화 대신 화분 하나를 택하는 폴의 모습은 행복을 위한 소비가 어떤 것일지 생각하게 한다.

토니는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민감하다. 항상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해온 토니에게 소유가 제한된 삶은 괴로울 뿐이었다. 겉치레를 버리고 관계를 온전히 바라보게 된 토니는, 자신이 얼마나 타인의 시선에 의존하고 있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영화는 토니의 변화를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과 그 속에서의 행복을 조명한다.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한 영화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폴과 토니, 그리고 주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은 풍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모습은 과거와 매우 다르다. 하지만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과 이를 찾아 나가는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미니멀리즘, 소비하지 않는 삶만이 행복을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의 행복이 있고, 행복에 이르는 길은 모두 다르다. 영화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지만, 소비하지 않는 삶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이미 행복해지는 길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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