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엘 셈 - '하우스 오브 갓'

경험해본 적 없는 세계는 흔히 동경의 대상이 된다. 더군다나 그것이 백의를 걸친 채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렇다. 의학계가 품은 사명은 숭고하기 그지없고, 의사들의 헌신은 칭송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동경의 이면에는 외면하고 싶을 정도로 적나라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의사들의 세상에 보내는 수많은 찬가 가운데, <하우스 오브 갓>은 그 환상이 걷힌 병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야기는 병원에 갓 입사한 인턴들을 조명한다. 그들이 마주한 것은 부조리와 태업으로 얼룩진 미국 의료계의 현실이다. 병원은 의학 드라마 속 낭만적인 세상이 아니다. 엄격한 위계질서와 기업경영 속에서 의사들은 직업정신을 잃어버렸다. 누군가는 출세와 돈을 위해, 또는 오직 자기만족을 위해 환자를 치료한다. 그들의 치료는 되려 환자를 죽이는 결과를 낳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의사가 현명하다고 평가받는다. 환자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으며 단지 그들의 의료기록을 거짓으로 치장해 다른 부서로 떠넘길 뿐이었다.

병원 밖 사람들은, 종종 의사들이 자기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외면한다. 그들이 의사이기 때문에 피와 살점이 낭자한 수술실의 풍경이나, 토사물과 배설물로 더럽혀진 침대에 익숙하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격무는 직업정신으로 미화되어 비친다. 직업정신, 희생, 그리고 사명은 병원 안 수많은 부조리를 가리는 그림자가 되어 의사들의 세상을 바깥과 격리한다.

고립된 환경에서 사람은 쉽게 망가진다. 초기의 헌신은 빠르게 사라지고, 지독한 피로와 광기, 울분이 그들을 지배한다. 밖으로부터 고립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그들은 현실을 외면하고, 진정제와 섹스로 자신을 달랜다. 그리고 결국 다른 인턴들이 그래왔듯, 자살하거나 미치거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드러나지 않으면 변하지 않는 부조리가 있다. <하우스 오브 갓>은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1970년대 미국 의료계의 현실을 불쾌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 작품이 오랜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한 지금도 변함없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은, 작가가 의사를 꿈꾸는 학생들과 세상에 전하는 메세지가 아직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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