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국제보건기구 산하 기구인 국제암연구소(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이하 IARC)에서 전자기파가 발암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발표해 큰 논란이 일고 있다. 프랑스 등의 국가는 강력한 조처를 하기 시작했으며, 시민단체 등에서도 이동통신사와 휴대전화 제조사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와 이동통신 사업자는 근거의 불충분함을 들어 반박하고 있다. 과연 휴대전화는 정말 위험한 것일까.

 

발병한다, 발병하지 않는다

전자기파, 특히 휴대전화의 전자기파가 사람의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의견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1993년 8월 3일 연합뉴스의 보도를 보면, ‘휴대전화는 뇌암의 발병과 무관하다’라는 기사가 있는데, 이는 휴대전화 도입 초기부터 기기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가 유해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유해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퍼지기 시작한 1996년부터, 이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여러 기관에서 다방면으로 수행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IARC의 발표는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었다.

암과의 상관관계, 확실한가

발표문을 요약하자면,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종합한 결과, 전자기파가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확정적 근거와 유의미한 데이터가 부족해 단언할 수는 없다는 내용이다. 신경교종(Glioma)과 청신경 종양증(Acoustic Neuroma)을 비롯한 몇몇 암에 대한 증거가 포착되었으며, 한 연구에서는 휴대전화를 10년이 넘는 긴 기간 동안 하루에 30분 이상 사용한 사람들에게 신경교종의 위험도가 40%상승했다는 내용도 언급되었다.

IARC의 발암물질 등급 기준은 암과의 연관성 규명 정도를 나타내

IARC에서는 5가지 그룹으로 발암물질을 구분한다. 그룹 1은 인체에 발암성이 있는 물질로, 석면, 담배 등이 있다. 그룹 2는 2A와 2B로 나뉘는데, 그룹 2A는 동물에게는 발암 가능성이 입증되었지만, 사람에게는 제한적인 증거밖에 없는 물질이다. 포름알데히드 등이 해당한다. 사람과 동물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제한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은 그룹 2B로, 유리섬유 등이 있다.

그룹 3은 발암성이 있다고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서, 일부 항생제와 항암제 등이 속한다. 그룹 4는 발암성이 없다고 판명된 물질로, 카프로람탁(나일론 섬유 원료) 등의 물질이 이 그룹에 속한다.

IARC에 의하면 전자기파는 그룹 2B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커피도 그룹 2B인데, 이는 커피도 끊어야 한다는 의미거나, 그룹 2B가 사실상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다”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분류는 물질의 발암에 대한 구체적인 연관성이 ‘얼마나 규명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분류한 것이다. 즉, 전자기파와 커피가 현재는 같은 그룹에 속할지라도 그 위험성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룹 1에는 콜라제품도 속해 있다. 만약 콜라가 석면과 같은 독성을 지녔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극이 벌어졌을 것이다.

얼마나, 어떻게 사용할지 조절이 필요

그렇다면 앞으로 휴대전화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휴대전화가 머리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전자기파의 영향이 크게 줄어든다며, 휴대전화와 거리를 둘 것을 조언했다. 아이들은 두개골 두께가 어른보다 얇고 전자파 흡수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또한, 시골지역과 같이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지역에서는 전자기파가 더 많이 발생하므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휴대전화가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오늘날, 발암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담배를 끊듯 사용을 중단할 수는 없다. 생명과학과 임대식 교수는 “아직 전자기파와 발암성에 관해 과학적이고 명확한 관계가 규명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여, 구체적 기준이나 정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사용자 스스로 조절을 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국립암센터의 명승권 박사는 “질적 수준이 높은 연구였다면 이미 수년 전에 2A 그룹으로 분류되었을지도 모른다”라며, 연구의 질적 수준이 높을수록 암과 전자기파 간의 상관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남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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