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공학과 스티브 박 교수,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심주용 박사 공동연구팀이 전도성 고분자인 폴리피롤을 고탄성 고분자에 코팅해 균일하고 이력현상*이 적게 나타나는 압력 센서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8월 16일 <스몰(Small)>에 게재됐다.

 

신뢰성 부족한 압저항형 압력 센서

압력 센서는 인공 피부라는 별명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으며, 터치스크린과 입을 수 있는 의료기기 등 널리 활용될 수 있어 최근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그 중 압저항형 압력 센서(Piezoresistive Pressure Sensors)는 압력을 받으면 센서 내부의 전기적 저항이 변화하는 성질을 이용해 압력을 감지한다. 여러 연구를 통해 압저항형 압력 센서의 민감도와 반응속도가 개선되었지만, 지금까지 개발된 센서는 이력현상이 크고, 같은 방법으로 제작한 센서라도 민감도가 다른 경우가 많아 산업적으로 응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균일한 센서로 균일한 민감도 얻어

연구팀은 전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공 크기의 변동 계수** 값이 클수록 센서 간 민감도 차이가 크게 나타남을 확인했다. 따라서 균일한 민감도를 갖는 센서를 만들기 위해선 균일한 기공을 만들어야 했고, 연구팀은 특수한 미세유체공정을 사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기판의 재료가 되는 폴리디메틸실록세인 용액과 물은 서로 용해되지 않는데, 이 둘을 미세한 관 속에서 일정한 유속으로 섞게 되면 폴리디메틸실록세인 용액에 아주 작은 물방울들이 갇힌 구조가 생성된다. 이때, 80oC로 12시간 가열해 용액을 굳히고, 이후 에탄올로 굳어진 구조 사이에 갇힌 물을 제거해 균일한 기공을 갖는 폴리디메틸실록세인 기판을 제작한다.

균일한 기공 갖는 기판으로 달성한 균일한 센서 성능
(a)연구에서 합성한 폴리디메틸실록세인 기판의 균일한 기공 사진.
(b)동일한 방법으로 합성한 10가지 센서가 균일한 성능을 가짐을 보여주는 그래프. (ⓒ스티브 박 교수 제공)

 

균일한 기판을 사용하더라도 전도성 고분자가 불균일하게 코팅된다면 최종 결과물인 압력 센서의 민감도는 균일하지 않다. 균일한 센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팀은 화학 증착 방법으로 전도성 고분자인 폴리피롤을 코팅했다. 앞서 미세유체공정을 통해 완성한 폴리디메틸실록세인 기판을 산소 플라스마를 통해 표면을 처리한 후, N-(3-트리메톡시실릴프로필)피롤(N-(3-Trimethoxysilylpropyl)pyrrole)을 증착시켰다. 이때, 표면처리 후 반응 시간을 조절해 코팅되는 고분자의 양을 조절할 수 있기에 적절한 시간을 맞추면 균일한 코팅이 가능하다. N-(3-트리메톡시실릴프로필)피롤의 메톡시실릴 반응기는 PDMS 기판의 수산기와 반응해 피롤을 만들고, 이후 산화 중합반응을 통해 이들 피롤을 연결해 전도성 고분자인 폴리피롤을 합성했다. 기공의 크기가 균일하지 않은 기존 센서는 변동 계수가 69.65%로 높게 나타났지만,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센서는 민감도의 변동 계수가 2.43%로 훨씬 낮게 나타나, 균일하게 제작한 센서가 균일한 민감도를 가지는 것을 확인했다.

 

강한 공유 결합으로 낮춘 이력현상

이전에는 고분자 기판과 전도성 고분자 사이의 결합이 약해, 압저항형 압력 센서를 반복해서 사용하면 행동 양상이 달라지는 이력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전도성 물질이 일부 떨어져서 센서의 초기 저항이 바뀌거나 압력이 가해질 때와 제거될 때 센서에서 저항의 변화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센서에 사용된 폴리디메틸실록세인과 폴리피롤은 서로 강한 공유결합을 이루는 물질로, 둘을 결합한 기판은 여러 번 구부러져도 서로 미끄러지거나 흘러내리지 않고 강한 결합을 유지하며 반복된 사용에도 이력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압력 센서는 넓은 활용 분야에도 불구하고 이력현상과 불균일한 센서의 민감도로 인해 상용화되지 못하    고 있었다. 이번 연구는 이 두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 압력 센서의 상용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의의를 갖는다.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오진원 석사는 “센서의 상용화를 위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센서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며, 최종적으로 인간 촉각 수준의 센서를 제작하고자 한다”고 추후 연구 계획을 밝혔다.

 

이력현상*
물질의 성질이 현재의 물리 조건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물질이 거쳐온 과거에도 의존하는 현상.

변동 계수**
표준 편차를 산술 평균으로 나눈 값. 상대 표준 편차로도 불리며, 값이 클수록 상대적인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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