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 전달되는 경로가 변화하고 있다. 종이 신문은 가장 영향력 있는 매스미디어의 지위를 잃어버린 지 오래다.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던 사람들은 TV 뉴스를 보기 시작했고, TV 뉴스는 다시 SNS 등의 새로운 매체에 정보 전달의 기능을 상당 부분 물려주고 있다. 

비슷한 예를 학내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학내 언론, 특히 신문은 더 이상 정보를 제공하고 확산시키는 유일한 창구가 아니다. SNS와 온라인 학내 커뮤니티에서 학내 주요 이슈에 대한 공론화가 이루어진다. 구성원들은 이를 통해 학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자신의 의견을 확립해 나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문과 같은 전통적 학내 언론이 그 기능의 일정 부분을 새로운 매체들에 위임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내 언론은 존재한다. 카이스트신문은 신문을 만들고, VOK는 영상 뉴스를 만든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존재해오던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을 뿐이다. 학내 언론이 학내 사회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앞으로 처할 상황에 대한 시각을 재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아갈 방향을 도출해야 한다.
이 같은 목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언론의 본질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언론은 언제나 대중에게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정보를 얻는 대중을 생각하지 않고 언론을 정의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마찬가지로 학내 구성원을 바라보지 않은 채로 학내 언론을 분석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이러한 판단에 근거하여, 학내 언론에 대한 학내 구성원의 인식을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조사 결과는 학내 언론의 나아갈 방향을 탐색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를 심도 있게 분석하고자 한다.

 

조사는 어떻게 진행되었나

설문조사는 구글 설문지 형식을 이용해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일주일간 진행되었다.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교직원 등 학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본 설문조사는 페이스북 페이지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 학내 커뮤니티 ARA, 학내 이메일을 통해 구성원들에게 전달되었다. 설문조사는 8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문항은 ▲학내 언론 인지도 ▲학내 언론 이용도 ▲학내 언론 필요도 ▲학내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기능 ▲SNS 등 새롭게 등장한 매체의 학내 언론 대체 가능성에 대한 문항으로 분류된다. 총 123명이 설문조사에 응답했으며, 이 중 학부생이 63%(77명)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대학원생, 교수, 교직원은 전체 응답자 중 각각 20%(25명), 15%(19명), 2%(2명)이다. 

 

학내 언론 인지도

(ⓒ이수연 기자)

먼저, ‘학내 언론(신문사, 방송국 등)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으로 학내 언론 인지도를 조사했다. 이 문항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30%(37명),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46%(57명)였다. 둘을 합하면 76%로, 4명 중 3명의 높은 비율을 나타낸다. ‘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5%(18명)였으며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4%(5명),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5%(6명)였다. 이를 통해 학내 언론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학내 언론 이용도

(ⓒ이수연 기자)

 

반면, 학내 언론 이용도는 비교적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내 언론(신문사, 방송국 등)을 통해 정보를 얻고 계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5%(6명)였으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1%(26명)였다.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응답자 비율이 총 26%로, 이전 질문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이다. ‘보통이다’라는 응답 비율은 30%(37명)였으며,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의 비율이 각각 28%(34명), 16%(20명)를 기록했다. 학내 언론을 통해 직접 정보를 얻는 구성원이 비교적 소수라는 것이 드러난다.

‘학내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언론을 이용하고 있는지 다시 물었다. ▲카이스트신문 홈페이지 ▲카이스트신문 페이스북 카드뉴스 ▲창의학습관(E11) 1층 TV에 재생되는 VOK 뉴스 ▲학교 곳곳에 비치된 신문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이러한 답변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학내 구성원들이 언론을 접하는 경로가 인쇄된 신문 등의 전통적 형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점은 인터넷과 SNS를 통한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한층 더 강조하는 근거가 된다.

 

학내 언론 필요도

(ⓒ이수연 기자)

 

‘우리 학교에 학내 언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학내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학내 언론의 필요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학내 구성원들은 대체로 학내 언론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문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26%(32명)였으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54%(67명)였다. 두 응답의 비율을 합하면 80%에 육박한다. ‘보통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14%(17명)였다.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의 비율은 각각 4%(5명)와 2%(2명)에 그쳤다.

해당 문항에 대해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다시 물었다. 언론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주로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전달’을 그 이유로 들었다. 또한,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소통 ▲학생들의 관점에서 사회 이슈를 바라볼 필요성 ▲학내 구성원을 대표하는 목소리의 필요성 ▲학내 이슈에 대한 공론화의 장 제공 ▲학내 이슈 기록 등을 언급하며 학내 언론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응답이 있었다. 

우리 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제시한 응답자도 있었다. ‘대학원생의 경우 연구실 바깥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며 학내 언론이 이들에게 소식을 전달해 주어야 한다는 답변이 있었다. 또한, ‘학교는 구성원이 다양하면서 매년 달라지는 특이한 환경’이라며 ‘학내 언론이 시기마다 존재하는 고민과 화두를 담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응답자도 있었다.

 

학내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기능

학내 구성원들이 학내 언론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다 명확하고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학내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에도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전달’이라는 답변이 주를 이뤘으며, 이와 더불어 견제와 감시를 강조하는 의견들이 나왔다. ‘학교 당국과 학생회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언론의 중립성을 강조하는 답변도 많았다. 

 

SNS 등 새롭게 등장한 매체의 학내 언론 대체 가능성

(ⓒ이수연 기자)

 

이어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 등 SNS 및 커뮤니티는 학내 언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를 질문했다. 이 질문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매체들이 언론의 역할에 미치는 영향을 학내 구성원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알아보았다. 3%(4명)가 해당 물음에 대해 ‘매우 그렇다’고 답했으며 15%(19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36%(44명)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으며 28%(34명)가 해당 물음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와 ‘전혀 그렇지 않다’의 응답자 수를 합하면 과반을 이룬다. 이를 통해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학내 언론의 대체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보아 새로운 매체가 언론의 기능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질문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었다. ‘언론이 대체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그 이유로 SNS의 접근성을 꼽았다. SNS가 기존 언론보다 접근성의 측면에서 뛰어나다는 것이다. 반면 ‘새로운 매체가 언론을 대체할 수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SNS 등을 이용하지 않는 학내 구성원도 있다는 점 ▲SNS에서는 사실 전달에 대한 책임이 적게 부여된다는 점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에 기존 언론이 더 적합하다는 점 ▲SNS에는 극단적이고 편향된 의견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를 통해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기존 언론은 다른 매체가 대체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SNS가 학내 언론에 비해 접근성이 좋다는 응답이 많았다. 이는 학내 언론이 접근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가리킨다. 

이번 설문조사는 학내 언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다음 호에서는 학내 구성원 및 언론 관련 전문가 등을 인터뷰해 조사 결과를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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