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출산율 저하로 인해 병력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전문연구요원(이하 전문연) 제도를 포함한 대체복무 제도를 폐지 또는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과학기술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현재의 논란은 국민들에게 병력확보를 원하는 국방부, 대체복무 혜택을 통해 연구 인력을 확보하려는 대학 및 연구기관,  전문연을 통해 군복무를 대신하려는 학생들 사이의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국가공동체의 안보와 번영을 어떤 방식으로 추구할 것일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국방의 의무는 누가 맡아야 하며, 기술발전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 연구인력은 어떻게 충원해야 하는가?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며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의 생존을 위해 국방의 의무는 응당 다해야 하지만, 다수의 국민들은 안타깝게도 군 조직은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천만한 곳이며, 복무기간 동안 병사들은 비생산적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군대는 피하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가야하는 곳이다.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병역면제 문제를 우리 국민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수의 청년들이 군 복무는 내 가족과 국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시민의 응당한 책임과 의무라고 생각하며 자랑스럽게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복무기간 동안의 노력과 헌신에 대해 응당한 대우를 받았다면 애초에 전문연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자연자원이 부족한 우리 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경제적 번영은 국가적 과제이고 전문연 제도가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과학기술계는 유능한 인력을 병역특례 혜택을 통해 낮은 비용으로 수급하고, 대학원생들은 군대에 가는 대신 대체복무를 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이해관계의 순환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학교가 세계적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했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우리학교 대학원에는 병역 특례 해택이 있어야 진학하고, 해외로 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사전에 병역 의무를 마치고 유학을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외의 유수 대학과 비교해도 우리 학교의 연구여건과 생활조건이 훌륭하고,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국내의 유수의 대학에서 훈련받은 박사들을 정당하게 대접한다면 학생들은 특례가 없더라도 국내에서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다. 

지금까지 전문연 제도는 과학기술계에 우수한 인력을 공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지금 당장 이 제도를 변경할 경우 여러 가지 부작용이 예상된다. 지금으로서는 현행 제도의 근간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군 복무를 영예로 생각할 수 있도록 복무여건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하고, 대학과 과학기술계는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의 대학과 경쟁할 수 있는 연구여건을 조성해야 하며, 정부는 과학기술 인력이 응당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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