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학내 커뮤니티에 조국 당시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쟁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해당 논쟁에 대해 우리 학교 학생들의 연서명을 받으려는 글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글을 쓴 학우가 ‘정치적 신념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가장 첨예한 사안에 대해 논하며 ‘정치적 신념과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이 문제는 우리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 고려대 등에서 일어난 촛불집회 참가자들도 정치권과 선을 그었다. 더불어 나는 특정 학우를 비판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일이다.

정치에 대해 논하는 것이 기피되는 분위기를 느낀다. 정치, 정치인, 정치적 사안이 모두 개인의 삶과 관련 없는 것, 혹은 부패하여 도저히 발전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현실을 본다. 바야흐로 ‘탈정치’의 시대다. 물론 정치 상황이 이 같은 인식 형성에 영향을 주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정치는 위험한 현상이다.

정치와 개인적 환경은 마치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한 그물을 만들어 인간의 삶을 상당 부분 규정한다. 날씨가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정부 정책 역시 생활에 관여한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를 논하지 않고서 삶을 논할 수 없다.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삶의 운전대에서 한 손을 놓아 버리는 것과 같다.

따라서 탈정치는 재앙이다. 의도와 무관하게,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라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은 명백한 기만이다. 합리적이고 건강한 정치적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피어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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