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심상과 정교한 표현이 예술의 전부는 아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즐거운 영감이 되고, 새하얀 벽과 크레파스만 있으면 어떤 것이든 그릴 수 있다. 그 손끝에서 탄생한 익살스러운 낙서들은 다른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한다. 팝아티스트, 존 버거맨의 세상에는 슬픔도 걱정도 없다. 그의 미술관은 즐거움을 만드는 공장, 펀팩토리가 되어 우리를 부른다.

 

팝아티스트 존 버거맨, 낙서는 즐거워

JonBurgermanⓒ BY_CATALINAKULCZAR

존 버거맨은 영국 노팅엄 트렌트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한 화가이다. 전통적인 회화 중심의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2010년 뉴욕으로 이주하며 새로운 예술에 눈뜬다.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한 가지 방법만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로움을 추구하기 시작한다. 번잡한 도시의 소음과 번쩍이는 불빛, 선구자들의 그라피티 아트와 같은 모든 것이 영감이 되었고, 그는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존 버거맨은 자신의 작품을 낙서라고 부른다. 자유로운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은 어느 하나 겹치는 것 없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강렬한 색상으로 덧칠해져 자유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작품활동을 함에 있어서 즉흥성과 즐거움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이는 존 버거맨의 그림을 감상하는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즐거움과 창의성은 금세 전염되며,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즐거움을 만드는 공장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 가득 그려진 캐릭터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존 버거맨은 자신의 전시장을 즐거움을 만드는 공장이라고 말하며, 관객들이 영감의 순간부터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까지 모두 느낄 수 있게 돕는다. 작품 내외를 넘나드는 캐릭터들은 마치 공장의 직원들과 같이 관객들을 안내하며, 그 익살스러운 세상 속으로 푹 빠지게 만든다.
존 버거맨의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그는 모든 관객이 각자의 생각과 세계에서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하기를 원했다. 많은 작품이 즉흥적인 영감과 함께 탄생했기에, 어려운 설명이나 해석은 오히려 작품을 진정으로 즐기는 것을 방해한다. 또한,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과 인터랙티브 아트 작품들은 관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며, 그 자체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창조자로 재탄생하게 한다.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을 만나다

새로운 시도와 창조는 존 버거맨의 작품세계의 근간을 이룬다.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존 버거맨이 접한 모든 것이 아이디어가 되었고, 그는 모든 아이디어를 각기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기를 원했다. 길거리 벽화부터 조각, 미디어, 옷과 소품들,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까지 작품이 되었다. 대중 매체는 존 버거맨의 긍정 에너지를 더 많은 사람에게 퍼뜨릴 방법이었고, 그는 화려한 색감의 영상으로 이를 충분히 활용한다. 낙서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고, 많은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일상은 예술 그 자체이다. 존 버거맨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움과 유머를 찾아낸다. 그는 사물의 사진을 찍고, 간단한 그림을 그려 넣는 것으로 이야기를 담아냈다. 익살스러운 표정을 한 달걀은 웃고 있고, 길쭉한 나무 열매가 무언가 불만스럽다는 듯 화면 너머를 바라본다. 뒤집어져 리소토에 들어간 버섯 코끼리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관객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일상 속 상상을 마주한다.

 

실행하지 않은 아이디어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다. 모든 생각은 어떤 방식으로든 실현될 수 있고, 일상에서 만나는 영감과 창의성은 이를 가능케 한다. 끝없는 시도와 창조는 예술을 위한 첫 발걸음이며, 행복해지기 위한 과정이다. 존 버거맨은 우리는 누구나 창의적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창의성을 드러낼 때, 우리는 진정한 자신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즉흥적인 영감이, 한순간의 실수가 예술로 거듭난다. 열린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예술의 순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할 때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posterⓒ Jon Burgerman, 2019

 

장소 | M 컨템포러리
기간 | 2019.06.14.~2019.09.29.
요금 | 15,000원
시간 | 11:00 ~ 19:00
문의 | 02)3451-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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