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자 소재로써 DNA는 값싸고 균일한 물리적 성질 가져… DNA 미세 구조로 금 나노 입자 배열해 플라즈몬 컬러 필름 만들어

기계공학과 김형수 교수와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공동연구팀이 기판에 DNA의 미세 구조를 배열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이를 활용한 나노 입자 배열에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6월 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DNA를 값싼 고분자 소재로 활용해

DNA는 유전 정보를 갖는 물질로 이전에는 생명과학이나 의학 분야에서 생물학적 기능에 관해 연구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DNA 분자를 추출하고 정제하는 방법은 향상되었다. 생명체에서 얻을 수 있는 DNA는 무한히 많은 종류이며 친환경적인 고분자 소재로 활용될 수 있지만, 생물학적 기능이 아닌 소재로서의 특성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생명과학이나 의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고비용의 합성 DNA보다 매우 경제적인 연어 추출 DNA를 사용했는데, 생명체에서 추출한 DNA는 카이랄성, 주기성, 지름과 같은 물리적 성질은 비슷해 고분자 소재로 활용하는 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구조적 성질을 발현하기 위해 DNA를 분자 수준으로 정렬하거나 특정 구조체를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증발로 농도 조절해 DNA 구조 제작

커피링 효과는 표면에 떨어뜨린 커피 물방울이 증발로 인해 액체가 사라지며 부유하던 내부의 커피 입자가 테두리에 몰리는 현상이다. 커피링 효과는 커피 외에도 액체에 부유하는 다양한 미세 입자에서 나타난다. DNA 수용액은 단순한 커피링 효과를 보일 뿐만 아니라, 농도에 따라 액체와 고체의 중간 특성을 가지는 액정으로서의 성질도 보인다. 액정 상을 형성하기에 적당한 DNA 농도에서는 DNA 분자들이 모두 일정한 방향으로 정렬되고, 농도가 더 높아지면 기둥 구조체를 형성하며 결정화되기도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커피링 효과와 같은 DNA 수용액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마이크론 크기의 기둥이 있는 기판에 DNA 수용액을 도포했고, 증발 속도를 조절해 DNA 분자들을 일정하게 정렬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이전에는 물리적으로 펴주거나, 지형을 조절하거나, 자기로 정렬하는 방식이 있었지만 단순한 구조만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방식을 사용하면 2차원의 아이스크림콘 모양과 뜨개질 모양을 가지는 미세 구조를 규칙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증발 현상 제어해 DNA 분자가 배열되는 과정
(a)두 기판을 문질러서 증발 현상을 다양한 각도로 제어하는 모습.
​​​​​​​(b), (c)기판을 문지르는 각도를 다르게 함에 따라 나타나는 DNA 분자의 배향 양상. (ⓒ김형수 교수, 윤동기 교수 제공)

 

미세 구조 이용해 금 나노 입자 배열

이번 연구에서는 DNA의 배열에 고안한 방법을 금 나노 입자에 적용해 이전에는 배열하기 어려웠던 패턴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금 나노 입자를 배열하기 위해 DNA 수용액과 혼합해 플라즈몬 컬러 기판을 제작했으며, DNA가 배열되며 생기는 미세 구조를 따라 금 나노 입자들이 특정하게 배열되었다. 플라즈몬 컬러 필름은 기판에 빛을 쪼일 때 표면의 나노 크기 금속에서 자유 전자가 일정하게 진동하며 독특한 광학적 성질이 나타나는 플라즈몬 공명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소자이다. 박막 내부에서 빛을 조절해 디스플레이의 선명도와 표현력을 높이는 목적으로 산업에 활발히 이용되는데, 이와 같은 전자소재에서 다양한 물질을 정밀하게 배열하면 광학적, 자기적, 전자적 특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정은 DNA가 만드는 미세 구조를 이용해 금 나노 입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물질을 쉽게 배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박순모 박사과정은 “DNA뿐만 아니라 박테리오파지, 셀룰로스와 같이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비등방성 생체재료의 저렴하고 풍부한 특성을 미세 구조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며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산업에서 필요한 다양한 물질로 확대해 이번에 제시한 방식의 활용성이 증대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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