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점, 정확히 말하면 평점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이것이 변명이 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카이스트신문 기자를 제외하고도 꽤 많은 일들을 하고 있거든요. 이 일들을 다 해내는 것이 당연히 힘들지만, 재미있어서 그런지 학업에는 원체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보면 제가 너무 멍청하게 보일 것입니다. 지금 그렇게 굴러봤자 나중에 너한테 무슨 도움이 된다고, 공부나 하지 바보 같은 선택을 하고 있다고 말할 것입니다. 저도 동감하는 바입니다. 저도 학기 말에 제 평점을 마주하면 걱정부터 앞서거든요.

불현듯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첫 번째 두려움은 “이러다가 대학원 못 가면 어떡하지?”입니다. 흔히 말하는 평균도 못 넘어서야, 제가 하고 싶은 공부, 연구를 할 수 있는 길조차 평점에 발목 잡혀 못하면 어떡하나 같은 고민이 듭니다. 하는 일 다 때려치우고 공부해야 하나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후에 따라오는 두려움은 한결 다른 내용입니다. 마치 고등학생 때처럼, 내가 나의 학부 생활을 대학원을 위한 과정 따위로 치부하고 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저의 학부 생활이 너무 의미 없게 느껴질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의 시간이 부정당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남들이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이 시간 동안 배우는 점이 많았는데, 나중엔 저도 남들처럼 지금의 저를 멍청한 사람으로 취급할 것 같기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지금대로 재미있는 일들 하며 살렵니다. 후회할지 후회하지 않을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