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카이스트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사건이 있다. 바로 한 미성년자가 카이스트 인근 가게에서 음주 후 자진 신고한 사건이다. 사건을 촉발한 학생은 카이스트 학생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카이스트 학생으로 허위 보도한 기사에서는 ‘공부를 잘하면 뭐하냐, 인성이 되어야지,’ 같은 댓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비록 허위보도였지만, 이 기사를 통해서 현재 고학력층에 적용되는 도덕적 잣대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 카이스트 학생이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 쉽게 사람을 규정짓는다. 나 역시도 영재학교에 다니는 삼 년 동안, 그리고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지금도 학교 이름은 나를 단정 짓는 좋은 단서가 되었다. 그리고 보다 엄격한 기준이 나에게 적용되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카이스트 학생(또는 영재학교 학생)씩이나 되어서’와 같은 말을 듣기 일쑤였다. 사실 위의 댓글을 처음 보았을 때는 ‘또 우리 학교가 도마 위에 올랐구나’라는 언짢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구성원의 실수는 쉽게 집단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게 보다 엄격한 인격적 잣대가 가해지는 것은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높은 교육을 받았을수록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이 높고, 더군다나 높은 교육 수준도 사회적인 도움을 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름의 ‘고학력층’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고, 그에 따라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엄격한 잣대를 이용하여 자유를 제한하거나 무분별한 비난이 가해지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재학교에서 학생들이 의학 계열로 진학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있다. 영재학교 학생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책임이 개인의 진로를 제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사회에 대한 기여가 이공계열에서의 성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다른 사례로는 최근 불거진 전문연구요원 관련 문제가 있다. 전문연구요원 폐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병역특례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소위 ‘빽’ 없는 사람들만 군 복무에 동원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병역특례 관리가 허술한 점이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전문연구요원들이 단순히 ‘빽’으로 군 복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2016년에는 전국적으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일어났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기숙사 학교에 산다는 이유로, 학업이 바쁘다는 핑계로 시위에는 한 번도 참여한 적이 없었다. 결국 대통령은 탄핵당했고, 이후에는 국민의 손으로 정의를 실현했다는 뿌듯한 반응이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내가 과연 뿌듯함을 누릴 자격이 있는지 고민했었다. 사회의 힘으로 고등 교육을 받고, 나름대로 사회를 이끌어 나갈 인재라는 사람이 정작 무임승차한 꼴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다시 그것을 자문해 보게 했다. 때로는 고학력층에 적용되는 엄격한 잣대가 버거울 때도 있고, 불합리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 그런데도 남들보다 많은 기회를 누려온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엄격한 잣대와 개인의 자유에서 올바른 사회적 의무의 형태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저작권자 © 카이스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