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모델 기반으로 일주기 조정 위한 신약 개발이 어려운 원인 밝혀 … 신약 이용한 개인 맞춤형 시간 요법의 확장 가능성 제시해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Cheng Chang) 박사 공동연구팀이 수리 모델을 바탕으로 일주기 리듬을 조정할 때 약효의 차이가 종마다 다른 원인을 밝히고, 이를 통해 생체 리듬을 조정하기 위한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 7월 8일 <분자 시스템 생물학(Molecular Systems Biology)>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되었다.
치료 어려운 현대인의 생체시계 문제
수면, 호르몬 분비와 같은 다양한 행동이나 생리 현상이 가지는 일주기 리듬은 체내에 존재하는 생체시계*에 의해 조절된다. 생체시계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거나 외부 환경이 변화하면 생체시계와 외부 환경이 동기화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교대 근무로 인해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많은 현대인은 수면 장애, 암, 당뇨병, 기분 장애와 같은 다양한 질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일주기 생체시계의 문제로 인한 질환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체시계를 알맞게 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한 신약 개발은 큰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동물실험과 전혀 다른 결과가 임상시험에서 나타나거나, 개인마다 약효가 다르기도 한 등의 어려움이 있었다.
인산화로 조절되는 생체시계 단백질
체내에 존재하는 PER 1/2 단백질은 생체시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이 단백질의 양이 변화하는 진동 주기와 단계는 CK1δ/ε 인산화**에 의해 조절된다. 이를 기반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CK1δ/ε 인산화 억제제인 PF-670462를 사용해 체내 PER 단백질의 수준을 변화시킴으로써 생체시계의 상태를 조절했다.
수리모델로 생물 간 차이의 원인 밝혀
야행성 동물인 쥐와 주행성 동물인 원숭이가 PF-670462에 대해 보이는 다양한 반응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시스템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서는 쥐보다 원숭이에서 빛 노출 변화에 대한 약효의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났다. 이를 통해 종마다 감광성(Photosensitivity)의 차이가 있으며, 쥐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사람과 다른 결과를 나타낸 이유를 밝힐 수 있었다. 사람은 쥐와 비교해 주행성 동물로, 더 높은 감광성을 가지기에 빛 노출에 따른 PF-670462의 효과의 변화가 두드러진 것이다. 또한, 빛 노출에 따라 효과가 변화하기 때문에 개인의 생활 양식에 의해 약효가 영향받는다는 것 역시 확인했다. 같은 종이라도 PER 단백질의 양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났는데, 이는 증상이 같은 환자라도 개인의 PER 발현량을 고려한 치료 요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법 제안해
최적화된 치료 요법을 개발하기 위해 빛과 PF-670462의 효과 사이의 관계 및 개인 간의 PER 단백질 발현량 차이를 고려해 시뮬레이션했다. 수리모델링을 이용해 가상 환자에게 투약 시간을 조절해 보았고, 위 실험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투약 시간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수리모델링으로 최적화된 투약 시간을 기반으로 투여 시간과 투여량을 결정하는 시간 요법(Chronotherapy)을 제안했다는 의의가 있다.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김대욱 박사 과정은 “이번에 제시한 시간 요법은 다른 생체시계 조절 약물에 확장되거나, 종양과 같은 다른 질병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생체 데이터와 스마트 기기를 통해 수집한 생활 양식 정보를 통합한다면 이번에 제시한 시간 요법을 이용해 개인마다 최적화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며 본 연구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생체시계*
낮과 밤의 주기에 맞춰 생물체의 생리 대사와 관련한 유전자들의 발현을 조절하는 생물학적 시계. 종마다 다른 활성화 패턴을 가진다.
인산화**
생물체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분자 활성화 방식 중 하나로 ATP와 같은 고에너지 분자의 인산기를 특정한 기질에 전달하는 작용. 인산화 상태에 따라 활성, 반응성, 다른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능력 등이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