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중심 ‘합의서’ 살펴보니… “반드시 수용, 즉시 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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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심 ‘합의서’ 살펴보니… “반드시 수용, 즉시 실행”
  • 손하늘 기자
  • 승인 2011.06.07 0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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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 활동 종료되면, 최종 보고서를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즉시 보고”

 

▲ 서남표 총장과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이 합의서에 서명한 다음날인 4월 14일, 교수협의회가 총회를 소집해 혁신비상위원회에 참여할 교수 대표 5명의 선출 방식을 논의했다. 참석한 교수들이 회의 시작 전 의견을 나누고 있다 /손하늘 기자

지난 4월 13일 서남표 총장과 경종민 교수협의회장이 서명한 합의서를 두고, 교수 및 학생 측과 학교 측의 조항 해석이 서로 달라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다. 성명서와 이메일, 기자회견과 인터뷰 등을 통해 학교 측은 합의서의 (f)항을, 교수와 학생 측은 합의서의 (g)항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 합의서, 어떻게 만들어졌나 = 학생과 교수의 잇단 자살로 애도기간이 선포된 지난 4월 11일, 교수협의회는 정오에 총회를 소집해 ‘개교 이래 최대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날 교수총회에서는 교수협의회의 성명서 문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위임장 제출 제외) 189명 중 106명(56.1%)이 ‘지금 카이스트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를, 64명(33.9%)이 ‘서남표 총장의 용퇴를 촉구한다’를 주장했다. 이에 따라 경 회장은 총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리더십 필요’를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리더십’을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를 두고, ‘KAIST 혁신비상위원회’를 구성하는 안이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온라인 투표에 부쳐졌다. 하루 가까이 진행된 투표에서 참여 교수 총 355명 중 찬성 301명(84.8%), 반대 54명(15.2%)로 해당 안건이 가결되었다.

다음날인 13일 오후 1시, 경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위의 구성을 총장에게 촉구하는 안’이 가결되었음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경 회장은 ‘합의서’ 요구 내용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오후 2시경 기자회견이 끝나고, 경 회장은 본관 2층의 총장실로 찾아가 서 총장에게 이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서 총장은 경 회장과 포옹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

학교 측은 오후 4시경, 서 총장과 주대준 대외부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학사제도 개선안 철회 사태’를 해명하고 ‘교수협의회의 혁신위 구성 요구 수용’을 발표했다. 당시 취재진들 사이에서는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한다’라는 문구의 강도가 강력해, 서 총장이 혁신위 구성 요구를 수용하지 않거나 일부만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들이 해당 내용을 질문하자 서 총장은 “(g)항까지 수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 부총장은 “총장은 교수협의회의 제안을 적극 지지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뒤, 교수협의회는 14일 정오 교수총회를 소집해 혁신위 합의 내용을 설명하고 교수 대표 선출 방식을 논의했다. 총회가 끝나고, 경 회장은 양 측의 서명이 포함된 합의서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 (f)항과 (g)항, 어느 것이 우선인가 = 교수 및 학생과 학교의 입장이 크게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합의서 내용 중 (f)항과 (g)항의 실행 순서이다. (f)항을 보면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 최종 보고서를 KAIST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즉시 보고한다’라고 되어 있으며, 이어지는 (g)항에서는 ‘총장은 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만 한다’라고 명시했다.

교수협의회는 성명서에서 “총장이 무조건 수용하기로 합의한 혁신위 결정을 총장 스스로 겸허하게 받아들여 즉시 실행하라”라고 촉구했다. 경 회장은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f)항의 주체는 혁신위다”라고 밝히며, “(f)항을 이유로 이사회에 요구사항을 넘기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며 책임의 회피는 물론 독선적 리더십이다”라고 말했다.

학부총학생회(회장 곽영출, 이하 총학)도 “‘(f)항이 (g)항에 선행하므로 최종 보고서가 작성되어야만 이사회에 보고한 후 실행할 수 있다’라는 총장의 입장은 합의서의 내용을 위반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총학은 “합의서의 모든 항은 동등한 효력을 가지며, 따라서 총장은 1차, 2차, 3차 실행요구사항에 대해 즉시 실행한 뒤 이사회에는 실행하였다는 보고를 하는 것이 옳다”라고 밝혔다. 총학은 서 총장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이는 합의문의 사항을 위반하였다는 것을 넘어, 교수와 학생 사제 간의 인간적인 신뢰와 믿음의 문제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 총장은 교수와 학생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면 동 위원회에서 최종 보고서를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보고한 후에, 실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f)항을 (g)항에 대한 선결조건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처럼 교수 및 학생과 학교의 합의서 조항 해석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어느 한 쪽이 전향적으로 해석하지 않는 한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서 총장과 경 회장간의 합의서 전문.

<합의서>
KAIST 교수협의회에서 제안하는 ‘KAIST 혁신비상위원회’의 구성과 활동은 다음과 같다.
(a) 위원회는 총장 지명 5인(교학, 대외, 연구부총장 포함), 평교수 대표(교수협의회 지명) 5인, 학생 대표(학생회 지명) 3인으로 구성한다.
(b) 위원회의 구성은 2011년 4월 15일(금)까지 한다.
(c) 위원회 활동은 구성 후 3개월간 하며, 필요한 경우 1개월 연장할 수 있다.
(d) 위원장은 평교수 대표가 맡으며, 의사결정은 과반수로 한다.
(e) 위원회는 학교 전반에 관한 모든 사항에 대해 논의할 수 있으며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한다. 필요한 경우, 투표로 결정한다.
(f)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 최종 보고서를 KAIST 전체 구성원과 이사회에 즉시 보고한다.
(g) 총장은 위원회의 결정을 반드시 수용하고 즉시 실행해야만 한다.
KAIST 총장 서남표
KAIST 교수협의회장 경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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