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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과 17최인한 1.19시 56분. 마지막 시간은 이렇게 끝이 났다. 나는 전원이 꺼진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일어나서 배터리라도 찾아볼까 싶었지만 포기했다. 머리가 핑핑 도는 것으로 모자라 이젠 움직일 힘도 없다.끼에에에에에엑.기숙사 앞 정원에서 들려오는 쇠를 긁는 것 같은 굉음은 이제 익숙했다. 나는 굉음이 발생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는 불타고 있었다. 체크무늬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브라운 가죽 벨트를 찬, 깔끔한 차림의 남자가 불이 난 반대편 기숙사에 다가가다 그만 옷에 불이 붙어버렸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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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12이주형 갑자기 분위기가 왜 이렇게 돼요? 멋대로 떠든 것들 좀 주워들었기로서니 그게 제 얘기도 풀어야 할 이유가 되나요? 뭐요? 양심이 없어? 나 참, 기껏 맛있게 잘 먹어드렸더니 도로 다 뱉어내라는 건 또 무슨 심보래요. 그럼요, 사주는 거 맛있게 잘 먹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요. 고마운 줄 좀 아세요. 아유 알았어요, 알았어. 가만 냅두면 또 한 달은 귀찮게 할 게 뻔하니까 그냥 아무 얘기나 하나 던져드리지 뭐. 그 전에 잠깐, 딱 요거 한 잔만 다 마시고요. 목구멍에 기름칠은 양껏 했는데 그래도 말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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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공학과 18최지민추위는 꽃을 시샘하는 것이 아니라사랑하는 것입니다 꽃이 그리도 미웠다면진작에 얼려서 죽였겠지요 봄에게 빼앗긴 자리를 탐내는 건한 번이라도 꽃을 마주하고 싶은 추위의 작은 소망입니다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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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공학부 석사과정 19이예림 빨래 바구니를 꺼낸다 오래 묵어 어딘가 축축히 눌어붙은 빨래들을 빨래망에 넣는다 흰 건 흰 것끼리 검은 건 검은 것 끼리 색깔 옷을 집어 들고 고민에 빠진다 아이보리는 흰 쪽 회색은 검은 쪽 갈색은 어느 쪽? 빨래망에 너무 가득 집어넣은 양말들에 약간의 미안함을 느낀다 나와 가장 맞닿은 이들인데 세상에 발자국 흔적 남기는 것 신발에게 양보하고도 눅눅히 엉겨 붙어 젖어 들어야 하는 이들이젠 수건의 차례 그들에겐 저마다 이름이 있다 희미하게나마 존재하게 된 이유 아직 남아있다 그 기념의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0.02.25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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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한국 사회에 난민 수용 문제라는 형태로 처음 밀접하게 다가왔다. 그 전부터 시리아 내전은 전쟁 과정에서의 민간인 학살로 국제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나 원조를 불러올 만한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약 7,600km에 달하는 알레포와 서울 사이의 거리감이 내전에 대한 관심과 시리아 국민에 대한 연민을 희석했기 때문일 것이다.내전의 참상을 기록하기 위해, 영화감독 와드 알-카팁은 카메라를 들었다. 내전이 발발하기 전, 와드는 시리아의 자유를 위해 정권에 대항해 민
문화
변성운 기자
2020.02.2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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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대 초, 루이스 터먼은 기본적인 IQ 테스트를 개량해 체계화된 지능 검사 방법과 지능 지수를 정립하고, 결과를 토대로 미국 내의 IQ가 높은 아이들의 삶을 추적하는 실험을 했다. 개중에는 IQ가 190에 달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터먼은 그들이 언젠가 미국을 선도하는 지도자가 될 것이라 예상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들 중 성공한 이의 비율은 매우 적었다.저자는 지능이 인간의 문제 해결 능력과 학습 능력에 큰 영향을 준다고 맹신하는 사람이 많음을 지적한다. 뒤이어 똑똑한 사람들은 문제를 마주해도 잘 해결하리라는 믿음에 의문을 제
문화
변성운 기자
2020.02.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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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배우기 전, 그림책은 우리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이었다. ‘신데렐라’와 ‘아기돼지 삼 형제’를 읽고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했으며, ‘행복한 왕자’의 따뜻한 마음씨에 눈물을 지었다. 슬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는 일상 안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동화 속 교훈들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아이들은 자라 그림보다 줄글이 익숙한 어른이 되었다. 바쁜 일상에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성을 빼앗긴 어른들에게는, 어쩌면 그 누구보다 동화 속 이야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린 《ART
문화
윤아리영
2020.02.2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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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이탈리아 북부의 한 미술관, 건물 외벽을 덮은 덩굴을 치우던 정원사가 작은 문을 발견했다. 문 뒤에 놓인 쓰레기봉투 안에는 1997년 2월에 도난당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1917년 작 이 담겨 있었다. 위작이라 여겨졌던 이 그림은 2020년 1월 17일 정밀 감정을 통해 진품으로 확인되었다. 미술사의 구멍이 23년 만에 맞춰지는 순간이었다. , 등의 작품으로 잘 알려진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아르누보(Art Nouveau) 사조의 주요 인물로 오스트리아 현대 미술의
문화
하예림 기자
2020.02.2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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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땅 위에 집을 지어 몸을 뉘고, 땅으로부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을 얻는다. 모든 인간의 활동에는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며,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정하며 살아왔다. 사람들이 모여 이룬 국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영토인 것도 이에 기초한다. 역사에 기록된 모든 시간 동안 사람들은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싸워왔으며, 이 싸움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왜 싸우는가국가 체제의 발전은 영토 개념의 확립과 함께 이루어졌다. 국민이 삶을 영위하는 땅은 국가적, 민족적 정체성의 표상이
문화
류제승 기자
2019.1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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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복이 내리는 일본 어딘가에서 쥰이 윤희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부칠 자신은 없지만, 요즘 윤희가 나오는 꿈을 자주 꾼다며 그녀의 일상을 소상히 적는다. 쥰을 딸처럼 키워온 그녀의 고모가 편지를 발견해 쥰 몰래 윤희에게 편지를 부친다. 한국에 있는 윤희 앞으로 도착한 편지를 먼저 읽는 것은 윤희의 딸인 새봄이다. 새봄은 부쩍 우울해하고 힘이 없는 엄마가 한 번도 말해준 적 없는 쥰이 누구인지 궁금해한다.윤희는 외롭고 지쳤다. 고된 일을 마친 후 골목에서 딸 몰래 피우는 담배도 그녀의 고갈을 채우지 못한다. 전남편이 술을 마시
문화
박재균 기자
2019.1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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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투른 아이, 멍하게 있는 아이, 집중 못 하는 아이. 어린 시절 미나가 어른들로부터 받은 평가이다. 미나 타이헤르트는 ADD(Attention Deficit Disorder, 주의력 결핍 장애)를 앓고 있다. 그녀는 쉽게 산만해지고, 해야 하는 일을 잊어버리거나 사고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미나의 부모님은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를 앓는 남동생을 돌보기에 바빠 미나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진중하지 못하다며 그녀를 나무란다.아직 배려를 학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19.1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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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포근한 강아지”라는 말처럼, 전 세계에 미소를 안겨준 비글이 있다. 강아지의 이름 ‘스누피’로 더 잘 알려진 는 1950년 처음 연재된 찰스 슐츠의 만화이다. 내성적인 소년 찰리 브라운과 그의 반려견 스누피의 이야기를 그린 는 지난 50년간 가장 많은 신문 매체에 연재되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많은 인기를 누린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는 1969년 아폴로 10호의 지령선과 월면 착륙선의 이름으로 채용되었다. 스누피의 달 탐사 50주년을 기념해 롯데뮤지엄에서 스누피 특별전
문화
하예림
2019.1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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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년은 지난 듯한 간판의 건물에 들어서면 퀴퀴한 종이 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방 안에는 세월의 흐름으로 색이 바랜 책들이 가득하다. 책이 천장에 닿을 만큼 쌓여 있는데도 제목만 대면 마법처럼 찾아주시는 책방 사장님은 어느새 옛날이야기를 주섬주섬 꺼낸다. 어떤 책을 발견할지 모르는 헌책방은 보물로 가득한 유적지를 떠올리게 한다. 서울 한복판의 대형 창고가 거대한 보물창고로 변신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손이 닿는 높은 서가에서 인생을 바꿀 책을 만날지도 모르는 곳, 바로 공공 헌책방 ‘서울책보고’이다.2019년 3월 27일 개
문화
하예림 기자
2019.11.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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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도쿄에는 비가 그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을 떠나 무작정 도쿄로 향한 열여섯 가출 소년, 호다카에게 줄곧 내리는 비를 피할 곳은 없다. 상가 출입구 옆이나 만화방에서 밤을 지새우고, 패스트푸드점에서 값싼 수프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히나를 만난다.일 년 전, 히나는 병중에 있는 어머니를 모시던 중 우연히 잠시 비를 멈추고 하늘을 맑아지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동생과 단둘이 남겨진 히나는 간신히 생계를 이어간다. 호다카와 히나는
문화
엄창용 기자
2019.11.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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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그것을 떠올리는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해석되곤 한다. 철이 들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거나,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후에 다시 떠올린 기억은 이전과는 다른 감정을 불러온다. 에서, 작가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담은 열 가지 단편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기억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부모의 기억에 대한 단편인 에서는, 성인이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며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다. 동성애자 연인을 만나는 교환학생 아술에 대한 단편인 에서는 교환학생
문화
방민서 기자
2019.11.1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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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주는 느낌을 한번 상상해보자. 어딘가 고고한 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채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뭔가를 그려내어 화폭에 담아내는 순간의 폭력성과 위계에 집중한다면, 더 이상 동양화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 그 억압의 과정을 진중하게 포착한 동양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열었다. 동양화에 비판적인 동양화를 마주하러 대전 이응노 미술관으로 떠나보자. 시각과 폭력성르네상스 시기에 비약적으로 발달한 원근법은 당시 사람들이 그림을 그려내는 주체인 인간을 상정하기 시작했음
문화
박재균 기자
2019.11.1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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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는 타인의 수치심, 분노, 죄책감 등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으로 금지 물품을 반입하는 사람들을 색출하는 일을 한다. 그는 유능하고 상냥하지만, 유전자 결함으로 인한 남성기의 존재와 이질적인 외모 탓에 사람들 사이에 섞이지 못한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치매에 걸렸으며, 반백수로 티나의 집에 얹혀사는 애인은 대놓고 바람을 피운다.티나의 삶은 모든 것이 수수께끼투성이였다. 괴상한 성기 모양은 그를 항상 콤플렉스에 시달리게 했고, 폭풍이 치면 번개가 그를 따라다니는 듯했다. 식사 때면 벌레와 흙을 먹고 싶다는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19.11.0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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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추크의 은 기존 소설의 전개 방식에서 벗어난 독특한 구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작가는 수필, 서간문, 독백 등 다양한 형태의 파편화된 텍스트를 모아 모자이크처럼 장편소설을 구성한다.작가는 인간의 끊임없는 여행, 혹은 방랑이라는 주제를 다양한 시간, 공간의 인물을 통해 다룬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쓰여 장(章)과 장 간의 서사적 연결고리가 매우 약하기에 읽을 땐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집에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 다만 몇 개의 에피소드는 책 전반에 걸쳐 직접 이어지기도 하고, 이전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방식으로 간접적
문화
변성운 기자
2019.11.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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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일상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세상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산업혁명 이후 팽배한 기계주의와 아카데미 미술에 반발하여 19세기 말 출현한 아르누보는 섬세한 곡선과 화려한 장식으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20세기 초까지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아르누보 예술 사조는 회화, 건축 등 많은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오직 아름다움만이 전부였던 세상의 중심에, 체코의 화가 알폰스 무하가 있었다. 세련되고 아름답게, 무하 스타일아르누보 미술을 주도한 ‘무하 스타일’은 인물에 대한 섬세한 표현과 배경의 장식 언어로 대표된다. 작품의
문화
류제승 기자
2019.11.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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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이 어떤가? 양측의 의견 차이를 상정하는 정치와 절대적인 무언가를 표방하는 올바름의 조합이 어색하기도 하고, 정치의 방향성을 지시하는 단어쯤으로 생각하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들어 이 개념을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고, 대부분의 논쟁은 대중에게도 익숙한 갈등의 이름으로 남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의 정의를 역사적인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그 변천을 살펴보며, 대중문화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별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소, 동지정치적 올바름의 기원을 찾아 역사
문화
박재균 기자
2019.11.04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