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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마리아 사랑병원의 정원에 적나라한 엑스레이 사진 하나가 걸린다. 이 민망한 사진 한 장에 병원 사람들 모두가 탐정 놀이를 시작한다. 그 누구도 엑스레이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의 화두는 오직 ‘사진 속 주인공이 누구인지’일 뿐이다. 비운의 간호사, 윤영은 엑스레이 사진 속 골반이 자신과 자신의 남자친구의 것일지도 모른다는 걱정 끝에 사직서를 준비한다. 병원 부원장 경진은 엑스레이 사진을 몰래 챙겨간 윤영을 병원 측에서 의심하고 있다며 당분간 일을 쉴 것을 지시한다. 상사의 부당한 행동에 의분을 느낀
문화
이지현 기자
2021.03.1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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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부스러져 나와 땅보다 바다를 더 닮아버린 섬처럼, 누구에게도 영향을 주거나 받는 일 없이 섬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로이 야콥센의 소설 의 배경인 ‘바뢰이섬’에는 단 한 가족만이 살고 있다. 이 곳은 교류할 이웃도 없고, 스스로를 비출 거울도 없어 서로만을 의지하며 살아간다. 건장하고 긍정적인 한스 바뢰이와 현명한 그의 아내 마리아, 아버지 마틴, 여동생 바브로와 영특하고 속 깊은 외동딸 잉그리드는 해안가를 경작하고 깊은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으며, 오리털을 모아 교역소에 팔며 살아간다. 한 때 섬에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1.03.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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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장난감 우주 비행사 헬멧을 쓰고 다니는 한 아이가 있다. 어기라고 불리는 이 아이는 선천적인 안면기형장애로 인해 27번에 달하는 성형수술을 했다. 지속적인 병원 생활과 독특한 외모 탓에 긴 홈스쿨링 생활을 한 어기는 이제 5학년이 되어 학교로 등교를 시작하기로 한다. 평범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어기에게 예상되는 시련들 때문인지 소년의 가족들은 많은 걱정을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향한 한 걸음을 믿고 응원한다. 그러나, 모두가 예상했듯 어기의 학교 생활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이었다. 학급 친구들은 어기를 피하거나 아예 놀림감으로
문화
양경록 기자
2021.03.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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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가 생활화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우리의 이웃 나라인 중국과 일본, 그리고 다른 여러 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비교적 적은 확산세를 유지했고, 그 배경에는 신속한 정부의 방역지침과 이를 꾸준히 잘 지킨 시민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1년이 지난 지금 전염 확산 초기의 엄청난 혼란은 지나가고 이제 많은 이들이 재택근무와 수업, 외출 시 마스크 착용 등 바이러스로 인해 변한 생활양식에 적응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혼란에 감춰져 잘 보이지 않았던 소외된 이들의 고통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코
문화
양경록 기자
2021.03.03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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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나라는 저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가진다. 각자의 다른 문화적 배경과 역사가 실제적인 형체로 구현되고, 그 방식의 차이가 많은 사람에게 색다른 시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분명 세상의 거리에는 교과서에서 흔히 접했던 랜드마크가 아니라, 그 외의 사소한 요인들이 빚어낸 실체가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그 고유한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홍보 매체에서 선전되는 한옥과 한복의 학습된 이미지는 흔한 길거리에서 찾기 어렵고,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수도 서울에서도 한국 고유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다. 본 기사에서는
문화
허성범 기자
2021.03.0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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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JTBC는 연예인이 자신의 서랍 속 안 쓰는 물건을 동네 주민과 만나 직거래하는 프로그램 ‘유랑마켓’을 선보였다. 중식의 대가 이연복 셰프는 본인이 쓰던 조리 기구를 중고로 내놓는다. 더 이상 중고는 새 제품을 구하지 못해 선택하는 차선책이 아닌, 사용성이 충분히 남아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여겨진다. 지난 1년간 중고 물건을 사고판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58%가 경험이 있다고 대답할 만큼, 지금 세상은 중고 거래 열풍에 한창이다. 본 기사에서는 변화하고 또한 진화하고 있는 중고거래의 패러다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1.03.03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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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권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강조되고 주목받고 있다.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조금씩 울려 퍼지고 사회는 이에 반응하며 변화한다. 그리고 이제 정상의 범주에 숨으려 노력했던, 자신을 부정하던 이들이 세상으로 나오고 있다. 의 저자 김초엽과 김원영은 장애인의 삶을 살아온 입장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비장애인들의 시선에서 만들어진 장애인에 대한 틀에 의문을 던진다. 더 나아가 앞으로 장애인을 진정으로 위하는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장애를 가진다는 것은 표준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이다. 골형성부전증을
문화
양경록 기자
2021.02.10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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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작은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조 가드너는, 어머니의 반대와 수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재즈 피아니스트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조는 꿈에 그리던 뉴욕 최고의 연주자 ‘도로테아’의 밴드에서 공연을 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너무 흥분해 주위를 살피지 못한 나머지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가 되고 만다. 평생을 좇던 꿈에 단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던 조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머나먼 저세상(The Great Beyond)’으로 가는 것을 거부하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이 머무는 곳 ‘유 세미나’
문화
윤아리영 기자
2021.02.1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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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와 사운드의 조합을 통한 상상 속 이야기의 시뮬레이션이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이라면, 서은비의 는 영상 이전의 텍스트 자체만으로도 관객 혹은 독자에게 충분히 보여주고 들려주는 구체적인 장면 묘사를 구사한다. 사운드의 인, 아웃 지점과 빛의 움직임까지 치밀하게 묘사한 작가의 섬세함은 극중 작품과 맞물리는 사건을 타고 확장되는데, 자칫 익숙하게 보일 수 있는 ‘살인사건’이라는 소재를 메타픽션의 형식으로 구현한 시도가 매우 흥미롭고, 불빛과 사운드로 제시되는 오프닝의 궁금증, 흔히 꿈으로 표현되는 모호한 장면이
문화
윤유경 시나리오 작가
2021.02.1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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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수필과 평론 부문 응모작은 수필 13편, 평론 2편이었다. 예년에 비하면 적은 수라 아쉬움이 있지만 작품 하나하나는 상당히 수준 높은 편이었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아낸 글들이 많았다. 글은 아직 거칠고 섬세함이 한참 부족해도 마음을 움직일 때가 있다. 그 날 그 순간에 느낀 날것의 감정은 대체 불가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호소력을 더하는 글을 위해서는 문장 가다듬는 시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만 그저 글을 위한 글쓰기는 아니었으면 싶다. 김대명의 은 운전 중에 겪었던 짧은 에피
문화
배관문 교수 (인문사회과학부)
2021.02.1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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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카이스트 문학상 소설 부문에는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코로나 19의 영향 탓인지 응모작 편수도 적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성보다는 인물 개인의 내면에 침잠한 작품이 많아 아쉬움이 느껴졌다. 응모작 가운데에는 이 시대 청년이 겪게 되는 사랑, 그리움, 부담감, 외로움, 불안 등이 담긴 소설이 주를 이루었다. 다만,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대부분 단편소설의 미학에 대한 고민이 덜 되었다는 느낌을 주었다. 소설은 허구성뿐 아니라 그것을 사실처럼 느끼게 하는 핍진성 있는 구성력을 요한다. 작가가 형상화한 사건이나 인물을
문화
조윤정 교수 (인문사회과학부)
2021.02.10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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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많은 학생들이 KAIST 문학상에 시를 투고해 주었다. 140여 편의 작품을 읽으면서 KAIST 학생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 소중한 작품이었지만, 개인의 경험과 감상이 개인을 넘어, KAIST 구성원들과 모든 독자에게 공감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후보로 고려된 작품은 남성우의 , 송경화의 , 김백호의 , 유재현의 , 박해준의 , 이승민의 , 오지선의
문화
전봉관 교수 (인문사회과학부)
2021.02.10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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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번째 꿈 (7일)검은 화면의 중앙에 주광색의 동그란 불빛이 희미하게 생겼다가 점점 선명해진다. 작게 노랫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노랫소리에 손톱 깎는 소리와 물소리가 겹쳐 들리다가 잠깐 노랫소리만 들린다.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불빛, 노랫소리가 매우 크게 들리고 ‘읍읍’거리는 신음소리가 겹쳐 들린다. 신음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노랫소리만 들리고 흔들림이 멈춘다. 이때 불빛은 검은 화면의 왼쪽 위에 있다. 반듯하게 화면 중앙으로 불빛이 옮겨진다. 그리고 몇 초 뒤 다시 검은 화면.* 노래 : Schubert -
문화
서은비 학우 (전기및전자공학부 19학번)
2021.02.1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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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아니면 사랑. 일 아니면 사랑.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편에 가까운 제가 한 사람을 만났을 때, 대화의 주제는 대부분 둘 중 하나가 되곤 합니다. 저 또한 '일 아니면 사랑'에 관해서라면 밤을 새워 말하고도 남을 만큼의 재료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가끔은 이야기라는 게 꼭 요리와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음에 들었던 요리는 자주 꺼내어 놓고, 어느 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냉장고 정리를 하다 새로운 재료를 발견해 평소와 다른 요리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속에 든 재료는 제각기이지만 우리가 '일'과 '사랑'이라는 냉장고에 관해
문화
이수정 학우 (산업디자인학과 16학번)
2021.02.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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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장실 전구가 나갔다. 이사를 온지 넉 달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낡은 드럼 세탁기는 이따금씩 신발장을 향해 먼지 섞인 허연 세제물을 쏟아내었고, 3평 남짓한 원룸 한 구석에 옹색하게나마 자리한 주방의 렌지후드는 언제부턴가 작동조차 되지 않았다. 특히 침대는 입주 한 달 만에 프레임이 박살나 방바닥에 매트리스만 깔아놓고 생활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형편에 화장실 전구가 나간 것 정도로는 내게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 했다. 어차피 좁은 원룸에 부록처럼 달린 화장실이라 대략적인 위치는 손에 익어 있었다
문화
전무승 학우 (항공우주공학과 석사과정 20학번)
2021.02.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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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빡, 가장 처음 정신이 들어왔을 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눈을 뜨자 익숙하다는 감정이 무엇인지 생각도 하기 전에 익숙하게 느껴지는 침실이, 그리고 눈앞에서 내 손을 잡고 있는 낯선 이가 보였다. 침실의 불은 켜져 있지 않은데 방안이 온화하게 밝은 것을 보니 늦지 않은 오후쯤인 듯 했다. 열린 창문을 타고 느긋한 바람이 흘러들어와 이 몸이 2달 전쯤에 새로 달아놓은 커튼이 살랑이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주변을 쭉 둘러본 뒤 나는 내 옆에 앉아 나에게서 시
문화
이아로 학우 (수리과학과 16학번)
2021.02.1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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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되뇌인다. 화내지 말자아침마다 반복된다. 엄마가 미안해엄마는 먹지못한 아침 먹은 그릇들터질 듯이 쌓여있는 설거지통에일그러진 엄마 얼굴알아채는 이는 아무도 없네모두가 잠든 밤에 가장 늦게 잠이 들고모두가 잠든 아침 가장 일찍 일어나도째깍째깍 시침초침 속절없이 쳐들어와나에게만 빠른시간 왜이리도 인색한지신발신고 나갈때야 비로소 한숨쉬며물 한모금 삼키고 1분 숨을 몰아쉰다지각할까 안절부절 출근준비 서두르나학교에 도착하여 이미 나는 기진맥진긴 아침 짧은 시간 긴 후회 짧은 다짐등굣길 뒷모습에 아른아른 비친 마음매일아침 아슬아슬 외줄
문화
오지선 학우 (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20학번)
2021.02.10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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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버린 척박한 땅얇고 가는 뿌리몰아치는 서릿바람짓이겨진 이파리한겨울, 난 내 살을 베고 찢는 살얼음을 뚫고 피었네인간보다 한참 낮은 같잖은 내 체온으로 입김을 불어가며 차가워진 손으로 눈을 헤치며얼어붙은 땅을 녹이고 쌓인 눈을 녹였네눈을 감아 회상하네봄에는 땅에 납작 붙어 다른 꽃송이들을 보았네나비잠을 자며 나비가 나에게 앉아줄 꿈을 꾸었네그래서 나비도 새도 없는 한겨울에아무도 봐주지 않는 산골 귀퉁이에나는 괴로운 꽃봉오리를 피웠네서릿바람마저도 내 가련한 꽃잎만은 해치지 못했네하지만 겨울이 가면 내 꽃은 지네눈이 녹으면 내
문화
이승민 학우 (생명과학과 18학번)
2021.02.10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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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주최한 제26회 카이스트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이번 공모에는 시 142편, 단편소설 5편, 수필 및 평론 15편, 시나리오 1편 총 163편이 접수되었다. 수상작과 심사평은 본지 485호에 게재될 예정이다.[시]당선: 이승민(생명과학과 18) 가작: 오지선(기술경영학부 박사과정 20) [단편소설]당선: 수상작 없음 가작: 이아로(수리과학과 16) [수필 및 평론]당선: 전무승(항공우주공학과 석사과정 20) 가작: 이수정(산
문화
카이스트신문
2021.02.10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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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들려주는 인류의 문화 인류의 문화 및 역사를 연구하는 인류학(Anthropology)은 부족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19세기에 시작된 학문이다. 오늘날 인류학자들은 여러 사회 집단이 갖는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에 주력한다. 특히 세계화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사회 집단의 형태 및 타 문화와의 소통이 관심사로 떠오르자, 많은 공동체의 기반이 되는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인류학 연구가 파생되었다. 인류학의 한 분야로 인간과 디지털 기술 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디지털 인류학은 비교적 최근에 신설된 분야이기 때문에
문화
하예림 기자
2020.11.30 2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