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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소복이 내리는 일본 어딘가에서 쥰이 윤희에게 편지를 쓴다. 편지를 부칠 자신은 없지만, 요즘 윤희가 나오는 꿈을 자주 꾼다며 그녀의 일상을 소상히 적는다. 쥰을 딸처럼 키워온 그녀의 고모가 편지를 발견해 쥰 몰래 윤희에게 편지를 부친다. 한국에 있는 윤희 앞으로 도착한 편지를 먼저 읽는 것은 윤희의 딸인 새봄이다. 새봄은 부쩍 우울해하고 힘이 없는 엄마가 한 번도 말해준 적 없는 쥰이 누구인지 궁금해한다.윤희는 외롭고 지쳤다. 고된 일을 마친 후 골목에서 딸 몰래 피우는 담배도 그녀의 고갈을 채우지 못한다. 전남편이 술을 마시
문화
박재균 기자
2019.12.03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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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가 주는 느낌을 한번 상상해보자. 어딘가 고고한 곳에서 자연과 하나가 된 채 일필휘지로 그려내는 자연 친화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뭔가를 그려내어 화폭에 담아내는 순간의 폭력성과 위계에 집중한다면, 더 이상 동양화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 그 억압의 과정을 진중하게 포착한 동양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열었다. 동양화에 비판적인 동양화를 마주하러 대전 이응노 미술관으로 떠나보자. 시각과 폭력성르네상스 시기에 비약적으로 발달한 원근법은 당시 사람들이 그림을 그려내는 주체인 인간을 상정하기 시작했음
문화
박재균 기자
2019.11.19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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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 단어 자체가 주는 느낌이 어떤가? 양측의 의견 차이를 상정하는 정치와 절대적인 무언가를 표방하는 올바름의 조합이 어색하기도 하고, 정치의 방향성을 지시하는 단어쯤으로 생각하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최근에 들어 이 개념을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고, 대부분의 논쟁은 대중에게도 익숙한 갈등의 이름으로 남았다. 이번 기사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의 정의를 역사적인 도마 위에 올려놓고 그 변천을 살펴보며, 대중문화에 끼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별로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소, 동지정치적 올바름의 기원을 찾아 역사
문화
박재균 기자
2019.11.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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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를 둘러싼 많은 법적 논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범죄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것과는 달리, 이따금 성범죄에 한해 고소인은 자신의 ‘피해자다움’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피해자다움은 사람의 조리와 상황의 맥락으로 판단 내릴 수 있는 주관적인 영역인 것만 같다. ‘피해자다움’이 성범죄 관련 재판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현재의 관례에는 많은 논란이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더불어 관련된 법의 정당성을 밝히는 작업이 선결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철학자가 이 주제에 뛰어들어, 독창적인 분석을 내놓았다.피해자
문화
박재균 기자
2019.10.08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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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술이 아닌, 한국화가 주는 느낌을 상상해보자.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옛날의 문화, 2019년과는 유리된 과거의 양식, 그리고 약간은 고루한 느낌마저 들지 모른다. 하지만, 미술 사조는 한 시대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끊임없이 시대와 교류하는, 마치 영생을 사는 사람과도 같다. 그러한 점에서 현대의 한국화는 조선 시대의 한국화만큼 자연스러운 개념이다. 현대의 한국화를 감상하며 과거와 현실의 흥미로운 접합을 목도할 수 있는 전시로 들어가 보자. 현대의 한국화, 무엇을 담을 것인가미술의 가장 풍요로운 피사체는
문화
박재균 기자
2019.09.24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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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소멸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견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같은 언어를 쓰고 있던 사람 모두가 천재지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면, 그 언어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많은 학자는 현대에 와서 언어의 소멸 속도가 전례가 없이 빨라졌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또한, 언어의 보존에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왜 그럴까? 그리고 사라지는 언어가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어떤 문화권이 지구 저편에 있는 이질적인 문화권과 접하게 되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이런 문
문화
박재균 기자
2019.09.1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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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와 아무개로부터 선망을 받는 대상, 누구나 범상과 비범의 경계를 오며 가며 살아갑니다. 평범과 비범의 구분은 바로 범(凡)에 있습니다. 다수 속에 아무렇지 않게 섞이는 사람에게 평범이라는 딱지가 붙습니다.하지만 평범은 평범으로부터 도망치려 애씁니다. 누군가 빅뱅의 가 가장 좋아하는 힙합곡이라 할 때, 그건 힙합이 아니라고 괜히 눈살 찌푸리거나, 누군가 웨스 앤더슨의 영화가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색감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괜히 아키 카우리스마키나 김기영 얘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죠. 조금 유치해 보이기도 하지만,
오피니언
박재균 기자
2019.09.11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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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에 ‘철학자가 별생각 없이 자기 소유라 생각하던 영역을 생물학이 침범하고 있다’라는 아주 도발적인 부제를 가진 기사가 나왔다. 도덕의 기원을 논하는 오랜 논쟁에서, 도덕 철학자들은 도덕 원리의 정당화나 의무의 근본을 정립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이 도덕의 기원에 대한 논쟁에 관해, 과학의 영역인 생물의 진화를 더하여 그 결과를 맞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책 은 인간의 도덕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때 과연 과학적 설명이 이를 도울 수 있을지, 그렇다면 과학에 의해 설명되는 부분은
문화
박재균 기자
2019.09.10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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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간 ‘마고’는 한 남자와 자주 마주친다. 마침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도 같다. 비행기 안에서, 마고와 그 남자는 실없는 농담을 주고 받는다. 택시를 타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남자는 마고가 사는 곳과 가깝다며 같이 내려달라고 한다. 명백한 수작이라 생각한 마고는 자신이 결혼했음을 밝힌다. 하지만 정말 그 남자는
문화
박재균 기자
2018.06.0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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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공적 자금을 매년 10조 원씩, 5년간 총 50조 원을 투입해 노후주택 수리비를 지원하고 생활여건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도시재생 사업의 골자이다.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은 많은 병폐를 낳은 도시개발 사업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
문화
박재균 기자
2018.05.20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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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말싸움을 하다가 길에서 강간이나 당하라고 소리친 그 날, 딸은 강간당하고 불에 타죽어 시체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폭행을 일삼던 남편과는 이혼한 지 오래고, 이제 남은 가족은 아들뿐이다. 무능한 마을 경찰이 범인을 찾지 못한 채, 작은 마을은 강간 방화 사건을 잊어 간다. 그녀에게 남은 기제는 증오와 폭력뿐이다. 그녀는 도시 외곽의 도로에 아무도
문화
박재균 기자
2018.05.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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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의 많은 인사가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되어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여론의 반응은 울분이 섞인 지탄이기도 했고, 한숨이 섞인 개탄이기도 하였다. 미투 운동의 타임라인은 본지에서 다뤄진 바 있다. (관련 기사 본지 445호, <들불처럼 번져가는 미투 운동... 곳곳에서 드러나는 ‘괴물’의 흔적들>) 지금 미투 운동이
문화
박재균 기자
2018.04.04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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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쌈짓돈을 들고 경매장에 오자. 20달러를 두고 벌이는 이곳의 경매는 특이한 점이 있다. 최고입찰가를 부른 사람과 차상위입찰가를 부른 사람 모두 경매인에게 입찰가를 줘야 한다. 물론 20달러 지폐는 최고입찰가를 부른 사람에게 돌아간다. 경쟁이 붙은 두 명은 서로 입찰가를 계속 올려 불러야 할 것이다. 맥스 배저먼 교수는 이 경매 실험을 대학원생에게 10
문화
박재균 기자
2018.03.15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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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 폴 게티 3세가 로마에서 납치당한다. 장르를 납치 스릴러로 단정하긴 이르다. 그가 납치된 이유는 그의 할아버지가 세계 제일의 부자이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돈(all the money)을 갖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납치범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자 폴 게티는 기자 앞에서 선언한다.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영화는 시작한다. 폴 게티 3세의 아버지는
문화
박재균 기자
2018.02.2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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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은 20세기 최고의 영화감독이다. 그의 완벽주의적인 영화제작 방식은 특히 영화의 세트에서 잘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그의 영화를 미학적으로 탐구해보기보다는, 그가 영화로서 사회에 던지려고 했던 메시지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그가 냈던 목소리가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할까? 그가 제작한 많은 영화 중 두 편,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문화
박재균 기자
2018.02.2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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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의 힙합은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힙합이 대중에게 급작스레 소개됨에 따라 ‘그들만의 문화’는 좋게 말해서 확장되었고, 나쁘게 말해서 변질되었다. 이 과도기에서 힙합에 종사하던 사람들은 음악을 포기하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하고, 새로운 시장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기도 한다. 그 문화의 과도기를 신(scene)에서 목
문화
박재균 기자
2017.12.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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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전염성을 지닌다. 폭력은 가담하는 사람의 도덕적 감각을 마비시키며, 쉽게 사회 속으로 스며든다. 사회에서 폭력은 어떻게 생겨날까. 폭력의 씨앗은 어디에 산재해있길래 사회를 병들게 할까. 폭력적인 한국 사회, 그 속에서 외로이 방황하는 주인공의 등을 좇는 영화, <폭력의 씨앗>을 만나보자.필립은 주용의 후임병이다. 단체 외박을 나온 필립,
문화
박재균 기자
2017.11.17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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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의 이름도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배경도 두 남녀 주인공이 살고 있는 저택뿐이다. 시간의 속도를 무시한 플롯도 관객의 이해를 반감시킨다. 인위적이고 예술적인 설정을 통해 현재 가장 평단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나왔다. 속으로 들어가 보자.남자는 시인이다. 그를 사랑하는 여자와 함께 큰 저택에서 살고 있다. 그들의 저택은
문화
박재균 기자
2017.11.02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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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다소 폭력적인 기제일지 모른다. 연애는 자기를 증명하려는 투쟁이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에게 연애의 상대는 인간이고, 연애에서 독점욕을 과시하는 것은 가장 ‘인간다운’ 속성일지 모른다. 이러한 연애의 특질은 불륜이라는 개념을 통해 잘 나타난다. 우리는 왜 사랑을 반복하는가? 우리는 왜 불륜을 하는가? 이에 대한 지적인 성찰을 담은
문화
박재균 기자
2017.11.02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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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때부터 함께한 무민이스웨덴계 핀란드 작가 토베 얀손이 무민이를 탄생시켰다. 여러 좋은 디자인의 연원이 추억과 경험인 것처럼, 토베 얀손이 무민이를 디자인한 것은, 유년기 추억의 공이 크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 당시 그녀는 자기의 남자 형제 중 하나와 임마누엘 칸트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논쟁에서 진 토베 얀손은 화가 나서
문화
박재균 기자
2017.09.26 23:17